6월 5일로 예정되었던 18대 국회 개원이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여당 홀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동안 야당들은 일제히 거리로, 시민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우나 고우나 제1야당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있다.
많은 시민들 맘이 그렇듯이, 필자 역시 민주당이 현 시국에 관한 시민 다수 의견에 동의하고 현장에 나와 행동하는 것을 반기는 편이다. 그러나 18대국회가 처음부터 파행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언젠가는 국회 정상화 시점에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두어야 한다고 느꼈다. 지금 당장은 거리에 나선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일정 부분 지지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18대국회에서 실력있고 명분있는 야당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결코 국민 지지를 계속 받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6·4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데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과 한나라당의 자멸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민주당은 결코 자만할 수도 없으며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
한나라당이 재촉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언젠가는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제1야당 민주당이 언제까지고 국회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 역시 이 점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진정 민주당이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국민화합 정책을 실현할 법들이 민주당 손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내놓는 것 없이 구호만 외치고 시민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은 국회의원들과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 물론, 현재로선 국회파행의 모든 책임은 국민 의견을 대변하는 국회 본연의 자세를 망각한 한나라당에 있다.
통합민주당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라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참 오랜만에 거리로 나섰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관하여 그토록 미적지근하던 태도를 버리고 얼마 전부터 국민 다수 의견이 가득한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뒷북을 치고 있다.
명분이 있어야 존재할 이유가 있는 정당으로서, 민주당은 국민이 선점한 '거리 의회'에 한참 뒤에나 나왔다.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은 제1야당이라는 지위에 버금가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 보고 어찌하란 말인가, 라는 하소연이 되돌아올지 모르겠다. 그에 대한 대답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부터 총선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색깔이 없었다. 오로지 '최악이 아닌 차악'으로서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경쟁하는 정당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깔을 마련하지 못했다. 복지보다는 성장을 위주로 하고, 평화지향성 외교보다는 공격 지향성 외교를 펼쳐 애국주의과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보수 정당에 맞서는 특별한 목표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에 관한 상반된 평가는 둘째치고라도, 민주당은 그간 지난 10년간 유지해 온 서민정당, 국민정당이라는 배경을 스스로 무너뜨려왔다. 말로는 복지를 강조하고 평화를 강조하고 국민을 강조했어도 실제 정책 실현 과정에서는 그렇지를 못했다.
찬반 의견이 팽배하며 어떤 식으로든 국가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난 한미FTA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확고한 대책도 이유있는 반대도 펼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은 차라리, 한껏 열을 올리며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보수 정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믿을 만해서가 아니라 분명해 보이는 태도에 대해서 점수를 준 셈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 분명해 보였을 테니 말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일관된 주장을 펼쳐 온 것으로 보았던 여당과 그 정권의 말바꾸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한결같은 말과 행동을 보여왔다고 자부하는 여당과 정권이 스스로 그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은 오금이 저릴만큼 확실한 책임을 묻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은 지금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어렵사리 얻은 국민 관심을 국민 지지라는 확실한 기반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다시 자기 색깔 찾기에 들어가야 한다. 재차 말하건대, 민주당은 언젠가는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다른 야당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믿을만한 제1야당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이 이뻐서가 아니라 제1야당이기에 당연히 이같은 바람을 갖을 수밖에 없다. 그건 민주당이 져야 할 당연한 책임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금 이 시점에서 거리에서 목소리만 크게 외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지 마시라. 국민들은 언젠가는 민주당 본연의 자세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지금 거리에서 목소리만 크게 높이지 말고 국민 의견을 모아가는 일을 하시라. 그래서, 그걸 모아 정책으로 만들어 가시라. 우리나라 복지상태를 재점검하고, 외교관계를 재점검하며, 경제상태를 재점검하시라.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국민 다수가 거리에 나와있음을 잊지 마시라.
민주당은 지금 당장 18대국회를 준비하시라. 그날이 결코 멀지 않으리라.
2008.06.06 14: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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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18대국회에서 민주당의 홀로서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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