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물정 모르는 반대세력이라면 혹 좋아라 오해할지도 모를 이러한 '백가쟁명'이야말로 사실은 촛불문화제의 진정한 동력이다. 시작부터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었거니와 그 후로도 단일한 세력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음에도 제1야당의 지지도는 좀처럼 상승할 줄을 모른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더더욱 이만한 인원을 모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 6월 7일 대학로에서 개최된 민주노동당의 길거리 전당대회에는 500명이 모였을 뿐이다. 시민단체와 노조, 대학 총학생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답은 그 모두를 합친 것 이상의 존재, 즉 시민들에 있다. 매일 저녁 시청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정보만을 듣고 온 '깃발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야말로 현 정국의 배후이자 몸통인 것이다.
유모차 부대, 예비군 부대,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집회에 나와서 데이트하는 연인들, 체험교육에 나선 가족, '전술적 고려'도 없이 흥분한 나머지 물리력을 동원하는 일부와 전경들에게 종이 뭉치만 던져도 "비폭력"을 연호하며 말리는 나머지 대다수까지를 하나로 묶어 이해할 방도가 달리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소나기 피하려다 장마 맞겠는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배후세력이니 주사파니 심지어 사탄의 무리 타령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턱이 없는 것이다. 청와대로 가려고 애쓸 필요 없다는 점잖은 충고 역시 전달될 번지수를 찾지 못해 방황할 뿐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월드컵 응원과 촛불시위를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직까지는 자율적인 통제력을 훌륭히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도 혹 이해를 못할까봐 뒤집어 표현하자면 이렇다. 지금이니까 이 정도지, 옛날 같았으면 민란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형국이 요즘이다. 반대정파의 공세 따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소나기 피할 심산으로 시간을 끌어봤자 유리할 것은 없을 듯하다. 경제지표마저 단기간에 개선될 가망이 없는 이상 돌아선 민심은 길고 지루한 장마비를 뿌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권 후반기 내내 현 집권세력이 지켜보며 즐겼을 그 장마비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불행한 돌발상황의 발생 가능성이다. 상황이 지속될수록 높아져갈 수밖에 없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통제력을 현재로서는 시민들 자신 외에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하다. 어느 모로 봐도 해결책은 재협상 선언뿐이다.
2008.06.09 14:1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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