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곳에서 100만 촛불을 들고 함성을 질러보자."
9일 저녁 1만여명이 모인 서울 시청광장 촛불문화제에서는 지난 5월 25일 전북 전주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을 외치면서 분신한 (주)창성식품 노동자 고 이병렬(42)씨의 운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또 지난 5일 서울 시청광장 분수대 옆에서 새벽 분신한 김경철(56)씨도 온몸 42% 2~3도 화상을 입어 투병 중에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날 여느 때와 똑같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관련한 자유발언과 노래, 함성이 이어졌다. 금융노동자, 학생, 국가유공자 등의 발언이 계속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 국가유공자의 발언이었다. 부친으로 인해 국가유공자가 된 그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정부에서 부친이 받은 여러 훈장과 표창을 다 반납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핵심 발언은 이하경 YMCA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조갑제라는 사람이 군대를 동원해서 기강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말을했는데, 군대는 외적으로부터 국민의 토지와 생명, 재산 등을 지키라고 만든 것"이라며 "군대를 동원해 총칼로 국민을 짓밟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등도 그랬듯이 언제나 국민에게 무너진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정보기관을 동원해 촛불을 끄려하고 있지만, 우리의 촛불은 민주주의 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권력이 굴복할 때까지 민주주의 역사가 될 촛불을 지켜내자"고 호소했다.
행진에 앞서 사회자는 "10일 100만명의 촛불을 들고 반드시 청와대로 향하자"면서 "오늘 거리행진은 시민참여 홍보만 하고 힘을 비축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앉아 있던 진관(스님) 불교 종단협의회 인권위원장은 "21년 만에 조계종 소속 승녀들도 촛불시위에 니오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천구 시흥동에서 첫 촛불 집회에 참석한 김복심(57)씨는 "쇠고기 재협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수돗물 민영화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저녁 8시 30분경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집간 두 딸과 함께 손자들을 각각 유모차 실고 등에 업고 힘찬 발걸음을 한 친정어머니, 여자 친구와 손을 잡고 다정히 대화를 하고 걸어가는 한 대학생 등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대문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다시 돌아서 명동,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촛불 행렬은 장관이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 '헌법 1조' 등을 부르면서 이들은 "민주시민 동참해요", "이명박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연신외쳤다.
시청광장에서는 미디어행동이 주최한 조중동 평생구독 거부 서명운동이 늦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시청광장 둘러싸고 미디어행동,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진보신당, 공기업 민영화반대 등 20여개의 텐트(부스)가 쳐졌다.
한편, 시청광장에서는 9일 저녁 10시부터 10일 새벽 2시까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한국학술단체협의회 공동 주최로 '촛불과 한국사회'를 주제로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와 청중 자유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1부에서는 광우병 쇠고기협상, 한반도 대운하, 교육정책, 사회공공성 해체 등이, 2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민주주의 실종, 광우병 전국쟁점, 촛불집회의 의미, 촛불 이후의 한국사회 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2008.06.10 14:5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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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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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 동원한 정부는 반드시 국민에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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