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지게 너무 정겹다.
김찬순
아침 운동은 뒤로 미루고 나도 상추를 다듬어 드리겠다고 하니, 아저씨가 말씀 하신다.
"손에 흙 묻히는 일이란 아무나 할 것 같아도, 하던 사람이 해야 하는기라…."
"아저씨 상추 좀 사도 되나요?"
"먹을 거면 그냥 몇 뿌리 가져 가시게나."
"아닙니다. 그냥은 절대 안됩니다. 아저씨, 그럼 2천원어치만 파세요."
아저씨는 망설이시다가, 큰 비닐 봉투에 상추 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까지 가득 채워 주셨다. 나는 지폐를 건네드리기가 너무 미안해서 지폐 한 장 더 드리니, 절대 안된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난 가격만큼 주는 거여. 더도 덜도 준게 아닌거여."
식구가 없어서 이 거 다 가지고 가도 먹을 수 없다고 조금만 주라고 해도 기어이 안된다고 냉장도에 넣어 두고 먹으면 일주일 이상은 아무 걱정이 없다고 고집하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받아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