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권정생 선생과 김용락 시인선생의 오두막에서 고인과 함께
김용락
시인의 시에선 토종 마늘 냄새가 난다스스로 마늘 팔아 대학 다니고, 마늘 팔아 교수가 되었다고 말하는 김용락 시인은 육쪽 마늘로 유명한 의성 출신이다. 그러나 마늘은 이제 돈이 되지 않았고 농민들은 밀려드는 신자유주의에 항거하기 위해 애써 키운 마늘밭을 갈아 엎었다. 그의 시에서 토종 마늘 냄새가 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마늘 팔아 대학 다닌 자여마늘 팔아 아파트 사는 데 보탠 자여마늘 팔아 외국 여행 다녀온 자여마늘 팔아 기부금 내고 교수된 자여마늘 팔아 혼수 장만한 자여마늘 팔아 월부 고급 승용차 산 자여마늘 팔아 다방에서 티켓 끊은 자여지금 당신의 죄 없는 아비가 죽고 있다무지한 트랙터 밑에서냉혹한 신자유주의 아래서교양으로 위장한 당신의 무관심 속에서- 김용락 시 '마늘을 갈아 엎다' 일부시작 활동을 한지 25년 째 되는 김용락 시인. 생의 절반을 문학과 함께 살았다. 그가 본 세상은 모순과 대립 투성이였고, 그런 세상은 그의 시어가 되어 그가 만든 시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누구보다 현장감이 있는 시인이다. 아니 어느 시인보다 세상을 깊이 꿰뚫어 본다. 그에게 글 감옥은 세상인 것이고, 그는 그런 글 감옥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살아 펄떡이는 시어를 건져 올린다. 그래서 김용락 시인의 시는 싱싱하다.
이하석 시인은 그런 김용락 시인을 두고 "김용락 같은, 지독·지극한 회의론자이면서도 낙관론자가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할 때는 가슴을 모으고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은 시인은 "용락의 시가 이런 뜻을 아무 기교 없이 고백하니 어찌 나 같은 저녁 가슴 울지 않을 수 있나, 김용락! 언제 소주 몇 병 하자꾸나" 라고 했다.
김용락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소주 몇 병을 비워내기엔 잠시잠간이다. 밤 시간 김용락 시인의 시집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나도 꽤나 목이 탔다. 빈 냉장고엔 먹다 남은 소주도 없어 공연히 찬물만 두어 컵 원샷으로 들이켰다.
김용락 시인의 시어가 쏙쏙 들어오는 것을 두고 '같은 촌놈이라 그런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이번 시집에 들어 있는 김용락 시인의 시 중에는 현장에서 낭송한 시들이 많다. 폼 잡고 낭송하는 자리이기보다 집회나 추모 현장에 낭송한 시들이 많다.
표제로 사용한 시 같지 않은 시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김용락 시인은 정작 시 같은 시들을 묶었다. 시집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은 고 권정생 선생과 고 이오덕 선생, 고 박영근 시인, 고 임병호 시인, 지율 스님, 도종환, 배창환, 도법 스님 등등 많기도 하다. 시집 한 권으로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복이랴 싶다. 생각해보니 시집을 읽는 밤 사이 큰 복을 얻었다.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김용락 지음,
문예미학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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