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6.10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시청 앞까지 가득 채우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전국 각지에서 학생과 교수, 목사와 스님, 농부와 노동자, 주부 등 각계각층이 자유발언에 참여했다. 웅변하듯 외치기도 하고, 속삭이듯 작게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침착하게, 때로는 거칠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오빠가 조금 있으면 군대 가서 걱정이 된다는 아이들, 엄마들이 뿔났다며 직접 뿔을 달고나온 엄마와 딸, 국내 가족들을 지키고 싶다고 한인미주주부모임에서 나온 교민까지.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직접 만든 팻말 들고 나와 설명해주는 대학생들, 대운하와 민영화 등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중장년들, 이명박 정부에게 바라는 것을 조목조목 따지는 어르신들. 사회 발전을 위하는 그들의 진실함도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시민들은 제각기 다른 말들을 했지만 이곳에 나온 이유는 모두 같았다.
주어진 시간 2분을 초과해도, 손으로 얼굴과 입을 가려도, 말을 더듬거려도, 욕을 해도, 그것을 커트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행자가 서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시민들은 자기 발언 시간을 나름대로 이끌었다. 옆에 진행자가 있든, 앞에 카메라가 있든 사방에 사람들이 있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명석을 깔아주면 뒤로 빼는, 즉 개인을 드러내지 않는 감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의 '존재'를 알리다저녁 7시, 태평로는 쭉 늘어앉은 시민들로 가득찼다. 곧 촛불 문화제 공식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생방송 자유발언대' 1부를 마치고 촛불 대행진 후에 2부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생방송 자유발언대' 2부는 끝내 무산되었다. 촛불 문화제의 행사는 밤 9시에 끝났다. 6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 행군 앞에 끼어들어 마이크를 댈 수는 없었다. 길게 늘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십만 개의 촛불들이 시민들의 말을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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