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른들 충고하지만 학생들은 참견이라고 생각

등록 2008.06.13 10:52수정 2008.06.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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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성남 모 아파트 주차장 후미진 곳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종종 봐 오던 풍경이었다.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곳이다. 길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중고생들이 학교가 끝나면 남의 아파트 주차장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주로 피운다. 나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들고 나오다가 그 학생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은 안됐지만 여하튼 교복을 입은 아이도 있었고 사복 차림도 있었다. 남학생 셋, 여학생 둘. 그들을 처음 본 시각이 5분 전이고 그때도 담배를 물고 있었는데 5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장초를 물고 있었다. 연달아 담배를 피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쑥 한마디 던졌다.

"친구들, 학생들이 이런데서 담배 피우면 돼요?"

그랬더니 한 여학생이 "안돼요"라고 대답했다. 다른 남학생들의 표정은 그냥 무덤덤했다. 더 이상 다른 말은 건네지 않았다. 그들을 지나쳐 차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이들 있는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차창을 내려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아이들을 나무라고 계셨다. 이런 곳에 담배 꽁초 버리고 껌, 침 마구 뱉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고 말이다. 들어보니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행동을 탓하지는 않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질타하고 계셨다. 속으로 담배 피운 것에 대해 야단 좀 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워낙 자주 벌어지는 풍경 때문이기도 하고 계도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경비아저씨와 합세해 아이들을 나무라고 계셨다. 그 아저씨는 학생들이 흡연을 하면 안된다고 계도하셨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입을 삐쭉거리거나 눈을 흘기는 모습도 보였다.


아저씨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가운데 한 학생이 "XX"하며 담배꽁초를 내 팽개치더니 서둘러 경비아저씨와 주민아저씨 곁을 지나가려고 했다. 아이들이 모두 뒤를 따랐다. 주민 아저씨가 "어른이 말하면 좀 들어먹어야지"했더니 역시 그 학생이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아이씨~"하며 가버리는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른에게 욕하면서 담배 꽁초 내 팽개치고 주먹을 허공에 날리며 마지막 욕을 뱉는 그 학생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른들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학생의 흡연이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어른들의 충고에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맞서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계실까? 대략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바깥에서 이렇게까지 하고 다닌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계실까?


여하튼 중고등학생들의 집단 흡연, 정말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함부로 제제하거나 충고를 해주지 못한다. 솔직히 10명 넘게 무리지어 담배피우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했다고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에는 이런 모습 볼 때마다 종종 충고와 계도를 했지만 좋은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위 경우처럼 웬 참견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내가 학생들을 한 대 쥐어박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 버린다. 뭔가 꼭 한마디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의무감마저 드는데 그냥 지나치려니 속이 뭔가 답답하기도 하고, 학생들도 개인적인 생활이니 그냥 두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참 판단이 서질 않는다.

학생들의 흡연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끊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이 바른 인성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잘 다니는 친구도 못된 친구의 꾐에 빠져 담배를 배우고 잘못된 행동 따라하게 되고…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불량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인가? 아니면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불량해지는가? 라는 문제가 있다면 어느 것이 정답인지 나는 모르겠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담배라는 것이 이 학생들이 집단으로 다니며 불량한 행동을 하는데 매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틀리지 없을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제가 어렵다면 어른들의 손이 가해져야 하는데, 나처럼 알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아니 그래야만 하는 상황,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a  주차장 후미진곳 아파트 지하로 들아가는 쪽 입구에서 흡연을 하는 남녀 중고등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주차장 후미진곳 아파트 지하로 들아가는 쪽 입구에서 흡연을 하는 남녀 중고등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 윤태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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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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