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통한 가상현실에서의 만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이라든지 채팅을 통해서 한번쯤은 가상현실을 체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도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을 통해서 가상현실의 세계를 체험해 보았다. 현실과는 또 다른 가상현실의 세계에 대해서 내가 체험해 본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을 통해 말해보려 한다.
캐릭터를 통한 또 다른 나의 탄생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것은 캐릭터이다. 현실세계와는 다른 가상현실에서의 속의 내가 캐릭터로 존재하는 것이다. 조그마한 캐릭터가 나의 분신인 것 마냥 나를 대신해서 말하고 행동한다.
게임 속에서의 유저들은 캐릭터를 통해 유대관계를 맺으며 함께 게임을 즐긴다. 캐릭터만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의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그가 현실에서는 돈도 많고 잘생겼다고 해도 게임 속 캐릭터가 레벨도 낮고 싸구려 아이템을 가지도 있다면 그것을 인정받지 못한다. 게임 속에서는 오로지 캐릭터를 통해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서는 레벨이 높고 비싼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이 다른 유저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받는다. 설령, 그가 아주 못 생긴 백수건달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현실과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무시를 당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레벨에 따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약자가 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 속의 세계이며 현실과는 다른 쾌락을 맛 볼 수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는 아아러니한 관계 속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 속에서 내성적이거나 약자였던 사람들도 캐릭터를 통해 당당해 질 수 있다.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유저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게임 속 모습만을 생각하고 당연히 그가 실제로도 멋진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아이디도 ‘꽃남’이었기 때문에 나는 꽃남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그를 만났다.
그런데 그를 본 순간, 큰 실망을 하고 말았다. 게임 속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과는 달리 비실비실한 모습의 내성적인 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서는 말도 잘하던 그가 실제로 만나니까 말 한마디 못했다. 겨우 ‘네’라는 말 정도만 했다. 그는 내가 가입한 길드의 길마였다. 그의 레벨과 비싼 아이템을 보고 길드에 가입했는데 실제로 본 그의 모습은 게임과 영 딴판이었다.
그와 무척 어색한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가서 다시 그를 게임 속에서 만났다. 게임 속의 그는 예전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를 보면서 ‘현실과 가상현실 속의 사람들은 무척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실제의 모습과 게임 속에서 캐릭터를 통해 존재할 때의 모습이 무척 다르다. 현실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활발한 성격인데 게임 속에서는 레벨도 낮고 싸구려 아이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시를 당하고 아무도 같이 사냥을 가주지 않아서 매일 혼자서 쓸쓸히 사냥을 해야 한다. 내가 ‘님아’라고 말을 걸어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내가 아이템 달라고 구걸을 하는지 알고 ‘꺼져’라고 말해 버린다. 게임 속에서 왕따가 되어버린 것이다.
캐릭터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약자도 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찾는 이유이며 가상현실 속에 빠져들게 되는 마약 같은 매력인 것 같다.
게임 속의 명품족
온라인 게임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갑부’라고 부르는 명품족들이 등장한다. 게임에서의 명품은 바로 ‘레어아이템이’다. 레어아이템이란 게임 내에서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희귀한 아이템을 말한다. 이런 레어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마음껏 뽐내며 돌아다닌다. 마치 현실 세계에서 샤넬이나 구찌 같은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잔뜩 폼을 잡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레어아이템을 끼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그 캐릭터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정보를 클릭해 보기도 한다. 나도 레어아이템을 끼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따라다니기도 하고 말을 걸어 보기도 한다. 이런 레어아이템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없으며 실제 돈으로 몇 만원에서 몇십 만원까지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들을 ‘고랩’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고랩들은 자신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치장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레벨이 낮은 다른 유저들보다 자신들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비싼 아이템으로 치장한 캐릭터를 보면 괜히 주눅이 들고 그들의 말에 순종하게 된다. 고랩들은 자신이 비싼 아이템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 하며 잘난 척을 하기도 한다. 현실 속의 자신은 헐렁한 츄리닝에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을지언정 캐릭터가 비싼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며 뿌듯해 하며 대리만족을 느깐다. 그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비싼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이유는 능력치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부러워하는 다른 유저들의 시선을 즐기고 싶은 욕망도 그 중 한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좋아요
게임을 하는 유저 중 여자보다 남자들이 훨씬 많기 여자 유저를 발견한 남자 유저들은 무척 좋아한다. 일단 여자 유저를 발견하면 무척 관심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고가의 아이템을 사주며 환심을 사기도 한다. 길드의 가입 조건을 보면 남자 유저들은 레벨과 나이 제한에 따라 가입할 수 있지만 여자 유저들은 여자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쉽게 길드에 가입할 수 있다.
여자 유저가 ‘오빠’라고 한번 불러주면 남자 유저들은 무척 좋아하며 만족해한다. 이를 이용해 남성 유저들에게 비싼 아이템을 뜯어내려는 ‘꽃뱀’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남자 유저들에게 애교를 떨고 아이템을 받아 챙긴 뒤에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떠난다. 여자 유저들이 사랑을 받으니까 남자가 여자인척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여자인 척 해서 특권을 얻으려는 생각인 것이다. 요즘은 여자인척 하는 남자 유저가 너무 많아서 실제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이 있다.
나도 여자인 것을 이용해서 남성 유저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한 적이 많이 있다. 너무 직접적으로 여자인 척 하면 남성 유저들이 사기꾼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돌려서 여자라는 것을 알린다. 이런 식으로 여자라는 것을 알린 후 남자 유저에게 애교를 떨어서 친해지면 아이템 좀 달라고 한다. 간혹 짠돌이를 만나면 안주지만 대부분은 아이템을 주거나 사냥을 같이 가준다.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실 속에서 내성적이거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여자를 만나지 못하거나 여자를 대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게임 속에서는 어느 플레이보이 못지않게 여자를 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유부남들도 많이 있는데 현실 속에서 여자를 만나면 바람을 피는 것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 유저들에게 찝쩍대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현실세계에서나 가상세계에서나 여자들은 남자들의 관심 대상인 것 같다.
요즘은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가상현실 속의 익명성을 통한 범죄나 버릇없는 행동 등을 하지 않는다면 현실과 가상현실은 서로 교류할 수 있으며 사람들 간의 만남의 폭도 늘이고 삶을 더욱 즐겁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8.06.14 08:4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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