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의 지배정책 아래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게 되면 안 됩니다."
지난 6월 13일, 14일 양일간 서울시청광장에서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슈게 텐신[酒迎 天信] 스님은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문화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열기에 놀랐다며 "스바라시이!"를 연발했다.
슈게 스님의 통역을 위해 동행했던 기무라씨도 "일본에서도 60년대에 미-일 안보조약 반대운동을 할 때 이런 시절이 있었지요. 그때 생각이 났어요"라며 들떠 있었다.
13일 저녁 광장에서 한 젊은이로부터 수건을 한 장 받았다는 슈게 스님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문장이 적힌 수건을 기자에게 보여주려 가방 속을 열심히 찾아댔다. 한국의 촛불문화제와 같은 참여마당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본사회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부러워하며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금강산 다녀오는 길에 맺은 소중한 인연 잊을 수가 없어
일본 산묘법사에서 온 슈게 스님(82)은 지난해 6월 금강산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맺은 인연 때문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희생된 아시아인들에게 사죄와 참회, 화해를 청하는 첫걸음으로 한반도 남쪽 땅을 순례했던 '스톤워크 코리아' 행사의 마지막 일정 때였다.
금강산을 방문하고 다시 남녁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슈게 스님에게 두 명의 여성이 다가와 말했다. "저희 할머니와 꼭 닮으셨네요." 고성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스님은 명함을 전해주며 두 여성과 사진촬영도 하였다. 나중에 꼭 연락하라고 당부했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슈게 스님은 자신의 어머니가 오래 전에 조선에 살았던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혹시나 일본에 돌아와 슈게 스님의 아버지와 혼인하기 전에 조선에서 낳은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슈게 스님은 그때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꼭 다시 한 번 그 여성들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할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는 아니었을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품고 한국을 방문한 슈게 스님은 얼굴도, 표정도 꿈꾸는 소년 같았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꿈을 꾸는 맑은 눈동자의 소년.
그러나 슈게 스님은 일본에서 핵무기 반대와 평화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일본산묘법사(日本山妙法寺)의 대표적인 스님이다. 그의 스승은 일본산묘법사 종파의 창시자인 니치다츠 후지이(日達藤井)다.
니치다츠 후지이 스님은 1945년 7월 16일 철원에서 미군이 쏜 총에 맞아 금강산에서 치료를 받은 일이 있다고 한다. 슈게 스님으로서는 철원과 금강산이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순례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올해로 여든 둘의 나이를 맞은 슈게 스님은 여생을 철원에서 보내며 큰 스님의 뜻을 이어 남북통일을 기원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자 문제가 아직 해결이 되지 않아 그 문제도 해결지을 겸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햇볕정책은 계속해야 합니다"
슈게 스님은 올해 봄에도 히로시마에서부터 동경 치바현까지 73일 동안 도보순례를 하며 평화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평화의 걸음을 내딛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걷는 것은 하늘에서 내게 주신 선물이며 능력”이라면서 앞으로도 평화의 순례는 계속할 뜻을 밝혔다.
촛불문화제에 이틀째 참여하고 있는 슈게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 중에는 햇볕정책을 중지시킨 것도 있습니다. 햇볕정책은 계속해야 합니다. 민족이 둘로 갈리어서는 안 되니까요.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라며 철원에 가서 다시 한 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빌고 오겠다고 조용히 두 손을 합장하며 미소를 지었다.
덧붙이는 글 | 슈게 스님은 2007년 6월 25일, 금강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제 할머니와 꼭 닮으셨네요."라고 말했던 자매들을 찾고 있다. 슈게 스님은 당시에도 사진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며, 6월 13~20일 한국에 체류하므로 하루빨리 자매들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연락처: 011-896-8543 (한국말로 통화 가능)
2008.06.15 01:3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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