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동에서 살고 있는데 식구들하고 나왔어요. 오늘 처음 온 건 아니에요. 어른이나 아이들이 이렇게 촛불을 켜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서른네 번째 촛불 문화제가 열린 15일(일), 저녁 7시가 지나면서 대전시청앞 남문광장에는 가족들과 함께 촛불을 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식구들과 함께 온 60대 할머니는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자주 왔다고 한다.
시청앞 광장에서는 어린 아이들 손을 붙잡고 한 가족이 같이 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온 청소년들, 초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자유발언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둔산초등학교 5학년 여자어린이는 당찬 목소리로 ‘귀머거리 이명박 정부’에 쓴소리를 뱉었다.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은 저 같은 초딩한테 촛불을 들게 합니까? 말만 말고 국민을 생각해 주세요.”
시민들은 빵과 우유를 간식으로 먹으며 ‘명박산성’이라는 영상을 보고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따라하기도 했다. 빵과 우유는 뜻을 함께한 한 시민이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오늘 먹은 우유팩은 접지 말고 그대로 모았다가 다음 촛불모임 때 명박산성을 만들 예정이다.
어은동 한빛아파트에서 온 40대의 한 주부는 같은 동아리회원들과 촛불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자주 참여하고 먹을 것도 준비해온다고 했다. ‘경제는 둘째로 치고 목숨 좀 살려줄래요’라고 노래가사를 바꿔 부르며 촛불문화제 분위기는 마치 소풍 나온 사람들이 재밌는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다.
‘수입쇠고기가 들어오면 학교급식으로 들어오는데, 고3학생이 수능 151일을 남겨두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절박한 심정을 목쉰 소리로 부르짖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시청광장에서 KBS방송국까지 거리시위를 하기에 앞서 ‘대전시민 민주시민, 쓰-레기 분리수거’를 월드컵구호로 외쳤다. 스스로 자리 정리를 한 시민들은 지난번 대전시장(박성효)의 촛불비하발언으로 인해 다시 ‘대전시장 정신차려, 대전시민 승리한다’의 구호를 외쳤다.
촛불을 들고 거리시위를 하는 동안, 주변에 오가는 차들이 잠시 거북이걸음이 되기도 했다. ‘대전시민 함께해요’ 라는 구호에 지나가던 학생들은 같이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마트를 지나 서구보건소 육교 위에서는 거리시위를 하는 사람들과 서로 손을 흔들어 같은 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시간은 밤 9시 35분이었다.
방송국까지 걸어가는 동안 우산대에 꽂힌 촛불이 눈에 띄었다. 판암동에 살고 있는 이씨 성을 가진 63세의 어르신이 만든 촛불이었다. 길이조정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촛불 손잡이었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수입쇠고기 들어오는 걸 걱정하며 반대하는데 안 나올 수가 있어야지요. 내가 경비일을 보고 있는데 요즘 잠깐 쉬고 있어요. 쉬는 동안 계속 나올 거요.”
대전지역 촛불문화제는 평일은 대전역에서, 주말은 시청에서 열린다.
2008.06.16 10:0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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