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6.16 10:25수정 2008.06.16 10:25
'언론이 객관적이다'라는 말은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말 중 하나다.
세상에 어떤 말과 글도 객관적인 것은 없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그 신문이 추구하는 논조와 바람이 기사에 그대로 반영되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결국 어느 언론이나 객관적인 언론은 없다.
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객관적'이란 함정을 지속적인 '기계적 균형'을 통해 파놓는 동아일보의 행태를 짚어보기 위해서다.
▲2008년 6월 14일(토), 동아일보 4면고두환
▲ 2008년 6월 14일(토), 동아일보 4면
ⓒ 고두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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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토), 동아일보는 4면에서 <"정권퇴진운동 불사">와 <"국정 흔들기 그만">이라는 두 개의 기사를 똑같은 크기로 다뤘다.
'효순이 미선이 6주기 추도행사'와 함께 열린 촛불시위 기사와 보수단체에서 개최한 촛불 반대 집회 기사를 함께 보도한 것이다.
이 배치 자체가 객관성이란 함정을 보기좋게 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동일하게 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꼴이 편집으로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은 100만이 운집한 적이 있었지만, 촛불 반대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는지 의문이 간다. 결국 기계적인 균형이란 명목하에 국민의 목소리가 묘하게 폄하된 꼴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의 논조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3면(화물연대 총파업 특집면)에서 헤드 세 개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을 드러냈다.
<평택항 물류 올스톱, 부산항 운송률 12%, 시멘트 업계 출하량 14%>
<총파업 하루 피해액 1280억원 예상>
<군 컨테이너 차량 65대 현장에 투입>
이 세 개의 헤드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도대체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왜 파업을 해서 나라에 큰 피해를 주나. 그리고 이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에선 발빠른 대책으로 군차량을 동원하는구나. 독자들은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어디에도 왜 파업이 촉발됐는지에 대한 진실은 없다.
경향은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본다. 3면 탑기사 <'생계형 파업'인식 확산... 비조합원 대거 가세>에선 화물연대가 아니더라도 나머지 노동자들이 거국적으로 이번 사태를 동의하고 있다는, 다시 말해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부탑기사 <정부 수수방관 화 키웠다>에선 정부의 대책을 부각시키던 동아일보와는 다르게 정부의 대책 없음을 부각시켰다.
역시 돋보이는 것은 한겨레다. 3면 탑기사 <화물연대 파업 '해법 있나 - 다단계 하청 구조... 파업해결 주체가 없다>는 파업으로 드러난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현재 화물운송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조명했다.
거기에 <정부, 5년전 '다단계 개선' 약속 안지켜>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의 행태가 이번 파업을 예고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부 철강사 공장 멈춰서>라는 기사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와 정부의 수수방관이 이번 피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연관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짚어본 것이다.
객관적인 기사란 없다. 세 개의 헤드를 통해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초점을 맞추는 곳조차 다르다.
확실한 것은 동아일보는 나타나는 피사체만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 옳다는 소리는 안 하겠다. 하지만 진실은 이미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16 10:2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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