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일사천리로 처리
.. 민주국가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박정희는 일사천리로 처리해 버렸다 .. 《김하기-부마민주항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2004) 28쪽
‘상상(想像)할’은 ‘생각할’이나 ‘꿈꿀’로 손봅니다. “처리(處理)해 버렸다”는 “해치워 버렸다”는 “해 버렸다”로 손질합니다.
┌ 일사천리(一瀉千里) : 강물이 빨리 흘러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을 이르는 말
│ - 그는 회의를 10분 동안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
│ 열기가 확확 쏟아지는 말을 일사천리로 쏟아 놓는 것이다
│
├ 일사천리로 처리해 버렸다
│→ 거칠 것 없이 해 버렸다
│→ 거리끼지 않고 해치워 버렸다
│→ 한숨에 밀어붙여 버렸다
│→ 마구잡이로 해치웠다
└ …
어둡던 지난날은 무척 깁니다. 권력을 움켜쥔 이들한테는 조금도 어둡지 않았을 터이나, 힘이고 돈이고 이름이고 없던 사람들이 짓눌려 있던 때에는, 여느 사람들은 참으로 고달픈 나날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에도 민주고 평화고 통일이고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선 때에는 어떠했을까요. 고려 때에는, 신라 때에는 여느 사람들이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계급과 푸대접이 없었을까요. 걱정없는 삶을, 아름다운 삶을, 싱그럽고 신나는 삶을 꾸릴 수 있었을까요.
┌ 회의를 10분 동안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 모임을 10분 동안 거침없이 이끌었다
│→ 모임을 10분 동안 후다닥 꾸려 갔다
├ 말을 일사천리로 쏟아 놓는 것이다
│→ 말을 줄줄줄 쏟아 놓고 있다
│→ 말을 시원시원 쏟아 놓고 있다
└ …
총을 든 이 앞에서 펜을 든 이는 죄 무릎 꿇고 살살살 아양을 떨었습니다. 맨손과 맨발인 사람들 가운데에도 살살살 꼬리를 친 이들이 있었습니다.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가리지 않고 손바닥을 비비며 제 배속을 채우던 때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이라고 해서 무언가 달라졌을는지요. 어딘가 나아졌을는지요.
ㄴ. 일사천리로 진행 1
.. 결혼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141쪽
‘진행되다’에서 ‘진행(進行)’은 덜어냅니다. “일은 어떻게 진행되니?”라 않고 “일은 어떻게 되니(되고 있니/되어 가니)?”라 하면 됩니다. ‘결혼(結婚)’은 ‘혼례’나 ‘혼인’으로 고쳐 줍니다.
┌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
│→ 준비는 착착 되고 있었다
│→ 준비를 잘 되고 있었다
│→ 준비는 막힘없이 되고 있었다
│→ 준비는 어려움없이 되고 있었다
└ …
거침없이 되어 가는 모습을 네 글자 한자말로 ‘일사천리’라 한다지만, 우리 말 그대로 ‘거침없이’라고 할 때가 한결 넉넉합니다. 이 말과 같은 뜻으로 ‘막힘없이’를 쓸 수 있습니다. 두 글자로 줄이면 ‘착착’이나 ‘술술’이 됩니다. 한 글자로 줄이면 ‘잘’입니다.
다만, ‘잘’이든 ‘술술-척척’이든 ‘거침없이-막힘없이’든, 이런 우리 말을 쓸 때에는 ‘멋은 안 난다’고, ‘똑똑한 말을 써 보이며 잘난 척하지는 못한다’고 할 수는 있을 테지요. 말멋이 무엇이고 글멋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누가 이런 멋을 재고 따지고 가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ㄷ. 일사천리로 진행 2
.. 이런 경우 세상이 바로 그 혁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만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 《마르셀 마르나-파울 클레》(열화당,1979) 41쪽
“이런 경우(境遇)”는 “이럴 때”로 다듬어 줍니다. ‘만사(萬事)’는 ‘모든 일’이나 ‘온갖 일’로 풀어냅니다. ‘진행(進行)되기’는 ‘이루어지기’나 ‘풀리기’쯤으로 다듬어 봅니다.
┌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마련
│
│→ 물 흐르듯이 이루어지기 마련
│→ 술술 이루어지기 마련
│→ 잘 굴러가기 마련
│→ 손쉽게 풀리기 마련
│→ 수월해지기 마련
└ …
강물이 빨리 흘러간다는 ‘일사천리’. 말뜻 그대로 “물 흐르듯이”로 풀어내도 어울립니다. 물 흐르듯이 이루어지는 일이란 “술술 이루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고, 흔히 “잘된다”거나 “잘 풀립니다” 하고 나타냅니다. 그래서 “손쉽게 풀린다”고도 하고 “수월하군요”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잘되는 일, 막힘이 없는 일, 거침이 없는 일, 그저 쭉쭉 앞으로 뻗어나가는 일, 이런 일은 저마다 자기 느낌과 말씨를 살려서 나타내 보면 더욱 살갑고 알맞는 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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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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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32) 일사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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