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모임 "국민들, '촛불' 통해 운하 실체를 알았다"

10차례 걸친 연속공개강좌 마감... "국민 뜻 더이상 거스르지 말라"

등록 2008.06.19 19:02수정 2008.06.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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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대 교수모임이 '한반도 대운하 연속 공개강의'를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대 교수모임이 '한반도 대운하 연속 공개강의'를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송주민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국토해양부가 운하 건설을 위한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운하사업준비단도 해체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 서울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이 지난 3월 10일에 시작해 10번에 걸쳐 진행된 '한반도 대운하 연속 공개강좌'가 마무리된 것이다. 과거 민주화시절 이래 가장 많은 교수들이 참여해 활동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공개강좌를 연 것도 드문 일이다.  

교수모임은 이날 "연속강좌를 통해 우리는 대운하가 정부 측의 강변과 달리 그 어떤 타당성도 지니지 못함을 거듭 확인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여론에 반하는 운하 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공개강좌에서는 경제, 공학, 환경, 문화 등 관련 분야의 전문 교수들이 발표자로 초청돼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강연자로는 윤제용 서울대 교수(화학환경공학),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 등의 학자들이 참여해 10차례에 걸쳐 '운하 해부'에 나섰다.

"운하는 전혀 실체가 없었던 사업" 

교수모임은 "연속강좌를 맡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의 효과와 혜택은 한껏 과장된 반면에 사업의 비용과 위험성은 축소되거나 은폐되어 있다"며 "지난 몇 달간 정부와 대운하 찬성 측 학자들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언동에 실망하고 또 실망했다"고 밝혔다.

교수모임은 또 "21세기의 선진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가 관심을 쏟고 투자해야 할 대상은 결코 시대에 뒤진 운하가 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여론과 성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1년 반 동안 이어진 운하 싸움을 통해 느낀 것은 대형국책사업을 선거기간 동안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사항이라는 것"이라며 "이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이런 대형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근거한 사업 추진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1년 반 가까이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느낀 것은 운하는 공학적으로 전혀 실체가 없는 사업이었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로 우리 사회가 이토록 격론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종욱 서울대 교수(지리교육)는 "정말 국토개조가 21세기의 화두인가"라고 반문한 뒤, "자연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인데 우리가 그동안 너무 인위적으로 개발하려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고민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 '촛불' 통해 운하 추진의 실체 더욱 깨달아"

a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종욱 지리교육과 교수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종욱 지리교육과 교수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송주민


한편 김상종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는 "국민의 90% 가까이가 촛불을 들며 쇠고기와 대운하를 반대하면 그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왜 굳이 추진해야 하나"며 "그 밑바탕에는 특정 세력의 이익과 결부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 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를 위해 장단을 맞추는, 앞에 나서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학자, 관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 너무 후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하지만 이제 시민들이 (촛불을 통해) 깨달았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번 기회에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자와 관료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는 계속되고 있는 '촛불 정국'과 관련해 "촛불집회가 한 가지 이슈로 터져 나온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이명박 정권의 많은 정책에 대한 피로감의 표현이었고, 대운하 문제도 큰 축으로 작용했다"며 "여론조사에서도 보여 주듯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촛불집회가 대운하를 막는 데 큰 역할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수모임은 향후에도 한반도 대운하의 실체를 알리고, 정부의 '완전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계속되는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우선적으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실체를 다룬 만화 책자를 제작하고 있으며 오는 30일 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낙동강 운하'에 대한 시국 강연회도 준비돼 있다.
#대운하 #공개강좌 #서울대 교수모임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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