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촛불집회 관련 발언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기사로 다뤄졌으며, 사설로 다룬 곳도 있다. 위 화면은 "정치성 집회에는 선을 긋겠다는 서울대 총학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는 <세계일보> 사설 중 앞부분이다.
<세계일보>
어젯밤(19일)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 총학, '쇠고기 외 정치 쟁점 집회는 불참'" "정치적 목적 촛불집회 참여 안 한다"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인 즉슨,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학우들로부터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에 대한 활동만을 승인받았기 때문에, 그보다 확대된 의제를 다루는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은 무책임한 주류 언론에 의하여 순식간에 '촛불 민심'의 분열상으로, 촛불집회의 '정치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으로 둔갑하였다.
일이 커지자, 총학생회장은 학내 웹사이트를 통하여 이번 일에 대하여 해명하였다. 문제의 발언의 취지는 학내 의견 수렴을 전제로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지, 현 정세에 대하여 앞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언론에 의하여 왜곡되고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것이다.
'촛불 민심 분열' 증거로 간주된 서울대 총학생회장 발언총학생회장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번 일은 촛불이 꺼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일부 언론에 의하여 빚어진 하나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왜곡 보도를 한 언론사에 항의하고 정정 보도를 요구하며 해명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촛불을 어떻게든 비벼 꺼보려는 언론에 의하여 실컷 이용된 뒤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전하고 싶은 것만을 전하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에 놀아났다는 이유로 총학생회장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총학생회장의 선한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는 간명하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활동은 총학생회 구성원들의 승인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에 대한 개입과 같이 중대한 사안은 회원 전체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총투표를 했다.'
중대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하여 매번 학우들의 의지를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쁜 의도가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민주적 의사 소통을 하겠다는데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일원으로서, 총학생회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 앞에 한 가지 부끄러운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총학생회장은 예전에 이미 위의 원칙, 즉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총투표를 통하여 학우들의 의지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