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죽어간 잠자리들아, 미안해'

송준호 개인전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Between You & I'

등록 2008.06.21 10:12수정 2008.06.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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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대 성전 속 나무토막 소년-송준호 작 고대 성전의 과거의 위용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웅크인 소년은 전설로 회귀하고 있다.

고대 성전 속 나무토막 소년-송준호 작 고대 성전의 과거의 위용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웅크인 소년은 전설로 회귀하고 있다. ⓒ 송준호

▲ 고대 성전 속 나무토막 소년-송준호 작 고대 성전의 과거의 위용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웅크인 소년은 전설로 회귀하고 있다. ⓒ 송준호

청와대를 지나는 도로 한쪽에서 기억 속에 빠져 잊히는 것들을 아쉬워 하며 웅크려 앉아 있는 한 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

 

소년은 화려했던 고대 성전의 웅장함의 뒤안길에서 어린 시절 무고하게 해친 잠자리들에  미안함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나 가끔 전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의 그 ‘섬뜩함’처럼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연민’과 ‘잊힌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한 송준호의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Between You & I>전은 26일까지 통의동 '브레인 팩토리'(Brain Factory)에서 열린다.

 

a 잠자리-송준호 작 유년시절 채집용으로 잡았던 잠자리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다.

잠자리-송준호 작 유년시절 채집용으로 잡았던 잠자리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다. ⓒ 송준호

▲ 잠자리-송준호 작 유년시절 채집용으로 잡았던 잠자리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다. ⓒ 송준호

"송준호는 존재했던 것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고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민과 아쉬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연민과 아쉬움이라는 감정자체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 김승권(카이스갤러리 큐레이터)

 

a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송준호 작 친숙한 사람들 속에도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한다.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송준호 작 친숙한 사람들 속에도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한다. ⓒ 송준호

▲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송준호 작 친숙한 사람들 속에도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한다. ⓒ 송준호

 

유년 시절 누구나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잠자리채를 신나게 휘두르며 하나둘씩 그물망 안에 걸려들 때의 그 황홀함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송준호에게는 이러한 유년의 기억마저도 하나의 '연민'과 '반성'으로 추억된다.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하게 마주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혀 낯선 이처럼 가끔씩 내비치는 묘한 시선들에도 송준호는 마음 아파 하고 있다. 인간에게 내재돼 있는 근본 악을 만난 천사의 뒷걸음질처럼 그렇게 송준호는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조심스레 표현해 내고 있다.

 

송준호는 지난 유년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을 동심과 같이 그리고 훌쩍 어른이 돼 버린 지금의 자리에서 아련한 마음으로 반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생의 전설(Legend)이 돼 버린  과거의 추억들을 기억의 상자 속에 고이 간직하고자 하는 선심(善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번 작품전에 대한 문의는 02-725-9520이나 홈페이지 www.brainfactory.org로 하면 된다.

2008.06.21 10:12ⓒ 2008 OhmyNews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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