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설악이 마음껏 보여준 파란 하늘과 기암 절벽
안사을
안개 속 한계령에서 산행 시작
고민 끝에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경로를 택했다. 경험상 정상을 통과하는 경로 중에는 이 길이 여러 모로 가장 좋았다. 속초에 숙소를 두면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종주 산행을 하더라도 차를 찾으러 갈 때 그나마 시간과 경비가 적게 드는 편이기도 하다.
백담사에서 출발하는 길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종주보다는 왕복을 선택하게 된다. 자가용을 찾으러 속초에서 인제 용대리까지 가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 낭비가 심하다. 한계령은 속초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한다. 정해야 할 것은 들머리에 차를 두느냐, 날머리에 차를 두느냐이다.
첫 번째는 소공원(설악동)에 차를 두고 한계령으로 아침 일찍 시외버스를 이용해 가는 방법이다. 당일 산행이 아닐 경우,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는 코스가 아니므로 입산 시간을 꼭두새벽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소공원에서 물치 정류소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한 후 그곳에서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잡아 탄 뒤 한계령 휴게소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두 번째는 산행 시작 날에 차를 가지고 한계령에 간 뒤, 산행을 마친 후에는 소공원에서 숙소까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고, 다음날 역시 시외버스를 이용해 차를 찾으러 가는 방법이다. 첫째 방법은 산행이 끝날 때 내 차를 이용해 편하게 숙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둘째 방법은 산행을 시작할 때 조금 덜 서둘러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이유로 둘째 방법을 택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물치 정류소를 지나 한계령으로 가는 버스의 배차가 현저히 줄었다. 예전에는 6시 48분이었던 첫차가 9시로 늦춰졌다. 9시 버스를 타면 입산 시간이 10시를 넘기게 되므로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내의 아침잠이었다. 7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 시간이 보장되어야 고장 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초행길 불안함에 체력을 꼭 비축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차를 끌고 한계령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결국은 잘한 선택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속초에서 하루를 쉰 후 어차피 인제로 향하는 동선을 밟아야 했기에, 시외버스로 한계령까지 가서 차를 찾은 후 그 길로 장수대를 지나 인제 읍내로 직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