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 간사로 활동했던 박형준 전 의원.
오마이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출범 당시 개혁 대상 '1순위'로 꼽아 폐지했던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를 사실상 부활시켰다.
청와대는 23일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을 홍보기획관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전 의원을 홍보기획관에 내정했고, 금명간 공식 임명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대 교수 출신인 박 전 의원은 한나라당 내 손꼽히는 전략가로 통한다.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 대변인과 당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4·9총선 당시 부산 수영에서 재선을 노렸다가 낙선했다.
홍보기획관은 애초 청와대 조직에 없던 직제이며 신설의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대국민 홍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것. 국민에게 국정을 보다 정확히 알리고, 신속하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홍보기획관은 수석비서관급의 지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4명의 비서관을 두는 등 기능이나 규모도 청와대 내에서 가장 클 것으로 보여, 정부 내에서 사실상 폐지된 국정홍보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보기획관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청와대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가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게 될 민정수석실이 있던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됐다.
특보·수석... 고민하다가 '기획관' 낙점애초 청와대는 홍보기획관이 아니라 홍보특보나 홍보수석을 두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특보직은 비상근직인데다가 수석비서관 회의에 들어오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폐기했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특보는 비상근직이며 월급이 나오지 않고, 밑에 비서관을 둘 수도 없어 주로 (현안에 대해) 자문·조언 역할을 하는 원로급 인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보수석을 새로 만드는 방안 역시 여의치 않았다. 홍보수석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작은 청와대'를 역행한다는 점에서 명분이 발목을 잡은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홍보기획관을 신설한 것은) 대통령령을 고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서관을 수석비서관으로 예우하는 방안"이라며 "박 홍보기획관은 사실상 수석비서관급으로 수석회의에도 참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특보를 둘 것인가, 수석 자리를 새로 만들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수석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복잡했다"며 "그렇다고 특보는 밑에 비서관을 두는 것은 비상근이어서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머리를 굴려서 기획관이라는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내정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는) 비서관을 둘 수 있지 않나, 수석급 비서관을 두는 것이고, 이름만 기획관으로 했다"고 말했다. 직제에도 없는 홍보기획관을 신설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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