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한때마을 뒷산에 올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들,
김선호
도로 쪽으로 깍아 놓은 비탈길을 마주보고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본다. 쓰러진 밤나무 둥치 위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앉아 얘길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바람이 좋은 건 우리들만이 아닌 모양이다.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청미래덩굴은 또 그 나름대로 바람을 맞아 춤을 춘다. '떨기춤'이라고 아이들이 명명한대로 나뭇잎을 부르르 떨며 추는 나뭇잎들의 춤이 재밌어 한참을 들여다보며 웃는다.
길 건너 기차 건널목에서 딸깍, 딸깍, 경고음이 울리고 곧이어 춘천 가는 기차가 지나간다. 마을 산에 앉아 비 온 뒤 한결 깨끗해진 마을을 바라보면 가끔은 그렇게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마을 산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내려오는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저물어 간다.
'흔들리는 수많은 나뭇잎들이 따로따로 또 때로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눈부셔하는 사람은 행복을 아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자, 어느 바람 부는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더불어 나뭇잎들의 군무를 지켜본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