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혼선이 증시 어렵게 만든다

[이주의 증시]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수급악화로 힘들어

등록 2008.06.30 13:04수정 2008.06.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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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모든 것을 반영한다. 3개월만에 1700p가 무너졌다. 3월 17일 1537p의 저점 형성 후에 1900p까지 상승한 것이 대세상승이 아니라 약세장 속의 상승이었다. 즉 베어마켓 랠리를 확인 시켜 주었다. 수급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 증시의 폭락은 그대로 천수답 한국시장에 전해졌다.

 

강 달러를 외치지만 어려운 상황

 

지난 28일 새벽에 끝난 미국 증시는 3%가 넘게 하락했다. OPEC의장의 "올 여름 유가가 17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발언과 리비아의 감산, 그리고 전날 FOMC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달러의 약세까지 겹치면서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경기침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다시 드리워지면서 더욱 시장을 억눌렀다.

 

이것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가 미국 전체 금융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면서 다우지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주의 약세와 GM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주가가 1954년이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제조업까지 시장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버냉키가 강달러를 외치면서 원유 등 실물자산의 가격을 다소 완화 시켜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7월 3일(목요일)에 있을 유럽중앙은행(ECB)회의에서 현재 유럽 15개국의 5월 물가 상승률이 3.7%로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다시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달러의 강세는 물 건너가기 때문에 강 달러는 말로만 외치는 것에 그치게 된다. 미국의 시나리오에 차질이 오게 되는 것이다.

 

ECB가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의 현재 상황이 달러를 강세로 돌아 세우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을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는 아픔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줄고 있어 경기 가늠 척도인 소비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등 침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악화되는 대외여건과 수급불안으로 힘든 한국증시

 

해외에서 불어 온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한국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매도액이 10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매도가 멈춰지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의 급락은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 붙게 만들었다.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침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가 일시적으로 주춤했으나 바로 다음 날 들려오는 소식은 유가의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였다

 

외국인은 6월 들어 4조 6414억원을 매도했다. 다행히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왔고 선물에서 지난 금요일 초반 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도하는 사태는 면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매물 공세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30일)이 월말이고 반기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을 확정해야 하는 기관으로써는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를 방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월말이 지난 다음 윈도우 드레싱으로 인한 강제적인 방어는 그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 3월 저점인 1574p까지는 아직 조금 거리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혼자서 일어설 능력을 상실한 한국증시는지난 주말까지 6월 한달 동안 9.1%가 급락했다. 향후 ECB의 인상여부와 미국의 고용지표, 유가의 방향 등의 해외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아직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전 저점을 확인하거나 하회할 수 있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재의 방향은 하락추세이다. 지난해 11월 1일 장중 최고치 2085.45P를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3월 17일 장중 저점 1537.53P를 확인한 이후 5월 19일 1901.54P를 찍는 베어마켓랠리를 보여주고 이제 다시 전 저점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고점이 낮아지고 있다. 아직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지난 2003년 4월 525P에서 상승하기 시작한 커다란 상승추세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성장성보다는 가치를 보고 투자할 때

 

2분기 실적이 좋아졌다. 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향후의 실적을 담보할 수 없으며 그 실적치는 하향될 수 있어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때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4%대의 성장과 5% 가까운 물가 상승이라는 악화된 경제 지표 속에서 실적 호전이라는 근본적인 시장의 호재마저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움츠리고 있는 기관의 모습과 지속적인 매도 공세를 퍼붓고 있는 외국인들을 볼 때 완전한 수급의 붕괴 또한 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시장을 접근하는 방법에는 성장성을 보고 접근하는 것과 그 기업의 가치를 두고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어느 업종을 보더라도 모멘텀이 상실된 상태이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소위 중국관련주들은 대시세를 낸 이후 실적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IT, 자동차 등 수출관련주들도 환율의 수혜속에 단기적인 시세를 주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 그 폭이 제한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모멘텀을 보기보다는 그 기업을 산다는 개념으로 장기적인 접근을 하는 것인데 이는 커다란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신영투신과 한국 밸류 운용이 이러한 투자방법을 고수하고 있는데 하락하는 시장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주라하더라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기업이 많이 있다. 지금 가치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장은 모든 것을 반영한다

 

한국증시 혼자만 상승하기에는 주변에 환경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외부적으로 볼 때 돈을 시장에 공급하면서 어느 정도 침체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 미국이 이번에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벽을 만나면서 향후가 불투명해졌다. 이머징 시장인 중국은 또한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잡기 위한 긴축이 지속되고 있지만 핫머니의 유입으로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프론티어 마켓의 베트남 또한 25%의 높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걱정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해서 구하는 지표인 국민고통지수는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747을 외치고 탄생한 정부와는 전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지속적으로 꼬리를 내리고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뛰어 넘는 최악의 상황도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

 

추가협상 카드를 가지고와 장관고시를 강행하면서 더욱 거세게 붙고 있는 촛불 집회는 경제에 매진해야 할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상승이라는 경제적인 방향을 잘못 선택해 정부 출범 이후 3개월(3~5월) 동안 추가 지불한 돈이 2조원으로 추산된다는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의 말처럼 뭔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국민이 원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나타내고 있어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달러 개입 매도를 하고 있지만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상황이 원화를 강세를 이끌만한 경제적인 상황인지 대외적인 여건이 그렇게 흐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괜히 외환보유고만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혼선이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

 

금주은 새로운 반기가 시작되는 기간이다. 많은 주목할 만한 지표들이 발표된다. 30일 통계청은 5월 산업활동 동향, 7월 1일에는 6월 소비자 물가동향이 발표된다. 6월 소비자물가는 5%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수출입 동향은 또 적자가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7월 2일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이다. 747이 예상외의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어떻게 항로를 결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큰 형님(미국)이 다치셨다. 조직(경제)의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똘마니(이머징, 프론티어)들은 불안하다. 조직이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래서 형님이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다.(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일단 중요한 구역부터 살리고 보자는 것이다.(경기침체) 그런데 이번에는 그나마 버티고 있던 구역에서 형님 저도 살려 주세요라고 한다.(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그래서 형님은 어느 곳이 더 중요한 구역인지 지금 눈치를 보고 있다.(경기침체냐, 인플레이션이냐) 경기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으로 약간 기울기는 했지만 아직 경기침체도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두 곳 모두 해결하기 위해 형님이 나서(강 달러)고 있지만 워낙 상처가 깊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저 똘마니들은 형님만 바라보고 있다.(대외적인 여건 개선)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꼭 이런 상황이다. 시장은 모든 것을 반영한다고 한다. 대내외적인 경제적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국회는 문도 못 열고 있는 정치적인 불안과 쇠고기 협상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인한 평화적인 집회가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한 가지를 가지고 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시장도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2008.06.30 13:04ⓒ 2008 OhmyNews
#증시전망 #증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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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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