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 밀려오는 오토바이 행렬. 호치민시 변두리 도로에서.
유성호
도로를 덮은 오토바이현지어로 '세마이'로 불리는 오토바이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현재 등록대수만 20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가 6월 현재 8600만 명을 조금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4명 당 1대 꼴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호치민시 큰 도로에 나서면 오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자동차를 포위하면서 도로를 꽉 메운 수적인 우세와 아찔한 곡예운전이 낯선 이방인의 혼을 뺀다. 도로표지판, 교통신호는 기본적으로 '무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암묵적 질서에 의해 도로 흐름이 형성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아니면 차나 자전거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보행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하거나 도로를 가로지를 때는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차량 운전자와 열심히 눈을 맞춰가면서 멈춰주거나 피해가기를 바라야 한다. 대부분은 멈추지 않고 보행자를 피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선 안 된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좁은 도로 위에서 차와 뒤엉켜 흐르지만 사고가 난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또 도로 위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일도 겪어 보지 못했다. 도로에서의 침묵은 일종의 암묵적 약속 같아 보였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으로 인해 도로변 공기는 호흡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