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운전면허증으로 대우를 받다.
김형만
한동안 차는 나의 전유물이었다. 운전대 잡는 것이 겁난다던 아내는 아이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운전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을 뿐더러 아예 운전하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우리 집 꼬맹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전거나, 이웃 집 차를 이용하는 것이 불편했는지 어느 날 중고차를 한 대 사자고 제안을 했다.
운전을 배워서 차를 가지고 다니겠다는 것이다. 아내의 생각은 확고했고, 나도 그런 아내의 불편을 알고 있었기에 운전을 배운 다음에 차를 구입하자고 결정했다.
겁 많은 아내 운전면허 어떻게 땄을까? 주행 중 반대편 차선에서 큰 트럭이 온다. 갑자기 차의 속력이 줄면서 아내는 말한다.
"어머 어떡해… 차가 넘어 올 것 같아.""아~ 이 사람아 그렇다고 갑자기 속력을 줄이면 어떡해.""무서운 걸 어떡해…."
자~ 주차연습이다!
"나 후진 못해.""그래도 해봐! 좋아 그대로… 그만… 스톱하라고!… 꽝." "아이고 속이야~"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는 아내의 도로 연수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퇴근 후와 휴일 틈틈이 시간이 허락되면 도로 연수를 했다. 도로 연수를 하면서 아내의 기분을 많이 상하게 했다.
어느 날 아내가 "역시… 운전은 남편한테 배우면 안돼!" 하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 보니 차타기 전하고 차에서 내릴 때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설명을 안 해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은 흘러 지금은 아내가 아이들의 등하교 길을 지키고 있고, 가끔 동네 어르신들의 길동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가 운전을 하니 좋은 점이 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술자리가 끝나면 음주운전하는 무모한 짓을 안 해도 되고, 대리운전비용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어 좋다.
이젠 우리가 살고 있는 면내에서는 아내가 거의 운전을 한다. 며칠 전 옆자리에 동승을 해서 편의점을 가고 있었다. 앞 쪽에서 큰 트럭 한 대가 천천히 가고 있다. 주행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였다. 순간 아내가 속력을 높이더니 중앙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
"채영 엄마! 운전이 너무 과격한 거 아냐? 꼭 '김여사' 같아~ 좀 천천히 가자!" "내 운전이 과격한가? 놀라긴… 이게 다 아빠한테 배워서 그래요! 그런데 '김여사'가 뭐예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넉살 좋게 웃으며 운전한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아까는 운전하느라 더 물어보지 않았는데요, '김여사'가 무슨 뜻이에요?"라고 묻는다. 내가 "'김여사'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사고를 내거나, 막무가내로 운전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은어야"라고 말하는 순간 아내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까 앞지르기 안 했으면 아빠가 짜증을 냈을 것 아니냐고 묻는다. "앞에서 꾸물대며 천천히 간다는 둥 그럴 것 같아서 앞지르기를 한 것인데, 그 원인은 아빠한테 있어요"라며 "나 혼자 갔으면 천천히 뒤따라갔을 것"이라며 말하는 아내에게 한참을 당했다. 결국 아내 앞에 유구무언(有口無言), 무조건 잘못 인정! 하고서야 아내가 화를 풀었다.
아내의 지적은 잘못된 운전 습관을 고치는데 일조를 했다. 그 일로 나의 잘못된 운전습관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킬 것은 지키자", "안전운행 하자"라고 다짐을 했고, 지금은 안전운행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내의 지적이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