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둔 한나라당 "잔치는 없다"

거리는 '촛불' 뒤덮이고, 국회는 문도 못 열고... 심란한 의원들

등록 2008.07.02 20:05수정 2008.07.03 12:36
0
원고료로 응원
a  한나라당은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다. 사진은 유력한 당권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왼쪽)과 박희태 전 의원.

한나라당은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다. 사진은 유력한 당권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왼쪽)과 박희태 전 의원. ⓒ 유성호

한나라당은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다. 사진은 유력한 당권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왼쪽)과 박희태 전 의원. ⓒ 유성호

'잔치'를 앞둔 한나라당에선 도통 잔칫집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3일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 새 지도부를 뽑는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당의 전당대회는 화제거리가 아니다. 의원들 입에선 심심찮게 "전대 치르는 맛이 안 난다"는 푸념이 나온다.

 

'여당 시대' 공식 개막을 앞둔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1 촛불] 거리는 '촛불'로 뒤덮이고, 국회는 문도 못열고

 

가장 큰 요인은 '살아나는 촛불' 때문이다. 정부의 추가협상을 기점으로 민심이 잠잠해지나 했지만 오산이었다.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여론이 안 좋아진 데다 천주교 사제단 등 종교인들까지 나서서 촛불시위의 맥을 잇고 있다.

 

게다가 거리로 나간 야당들 때문에 국회는 개원도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 자리를 받아놓은 김형오 의장후보는 선거가 치러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여당의 양대 사령탑 중 하나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급기야 전대를 하루 앞두고 성을 냈다. 홍 대표는 "야당의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도 개원 자체를 안 하려고 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4일날 의장 선거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의장을 선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촛불이 꺼져가고 있었는데 일부 진보 성향의 종교인들이 촛불을 다시 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2 스타] 박희태는 '올드보이', 정몽준는 '재벌' 꼬리표

 

국민적인 관심을 끌만한 '스타'가 없다는 점도 흥행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친이'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세론에 불을 지펴가고 있는 박희태 전 의원은 당대표라기보다 원로 이미지가 강하다. '여당 간판'이 되기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평도 있다. 원외 인사라는 점도 그의 지도력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요인이다.

 

박 전 의원과 함께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최고위원을 놓고도 여러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재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 최고위원의 재산은 잘 알려졌듯 3조6000억원이다. 그가 대표가 되면 간신히 떼어놓은 '부자당·재벌당' 꼬리표가 다시 따라붙을 우려가 있다. 이런 조짐은 최근 '버스비 70원 논쟁'에서도 이미 엿보였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이 된 뒤 처음 맞는 전대라 기대가 컸는데 정국도 어수선하고 국회도 안 열려 당이 가라앉아있는 상태"라며 "의원들끼리 모여도 아예 전대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일단 어서 조용하게 전대를 치르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잔치나 축제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해 7월 11일 열렸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모습. 한나라당은 당시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를 대표로 선출했다. 정형근·이재오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전여옥·강창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당원과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 해 7월 11일 열렸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모습. 한나라당은 당시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를 대표로 선출했다. 정형근·이재오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전여옥·강창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당원과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해 7월 11일 열렸던 한나라당 전당대회 모습. 한나라당은 당시 전대에서 강재섭 대표를 대표로 선출했다. 정형근·이재오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전여옥·강창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당원과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 공천권] 새 대표 뽑아놔도 '층층시하'... "실권 없어"

 

정부 초기 실권이 원내대표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새 대표 선출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 당 대표의 가장 막강한 권한은 '공천'이다. 그러나 새 대표의 임기동안은 큰 선거가 없다.

 

이래서 "층층시하 시집살이만 하게 될 것"이란 말도 나돈다. 당 밖으로는 대통령이 있고 당 안에는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버티고 있는 탓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뽑힐 대표가 누구든 '관리형'으로 역할이 정리가 되지 않았느냐"며 "당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대도 최대한 차분하게.. 소통 노력 부각

 

한나라당은 촛불집회 등의 상황을 감안해 전대의 기조도 '차분하고 알차게, 국민과 더 가깝게'로 잡았다. 무대도 1층 방청석 중앙에 만든다. 출마자들이 사방을 둘러보며 연설할 수 있는 구조다. '소통하려는 여당'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전대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축제라기보다는 단합대회 분위기로 갈 것"이라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박력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에 보내는 메시지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대에는 박희태(2번), 공성진(3번), 허태열(4번), 박순자(5번), 김성조(6번), 정몽준(7번) 후보 등 총 6명이 출마했다(1번 진영 의원은 사퇴함).

 

득표순으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 4명이 결정된다. 대의원 투표 결과 70%와 일반 여론조사 결과 30%가 반영돼 선출된다.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모두 1인2표제가 적용된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박순자 의원은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사실상 '여성몫 최고위원'으로 확정된 상태다.

2008.07.02 20:05ⓒ 2008 OhmyNews
#한나라당 전당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