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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팔백만원,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열심히 일이나 해!"
지난해 7월, 자신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핸드폰으로 대량스팸메일이 발송됐다는 이유로 서울체신청으루부터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던 베트남인 탕반푹(Tang Van Phuc, 26)은 무슨 영문인지 회사 사람들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늘 별 일 아니라는 듯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과태료 고지서에는 '처분에 불복이 있을 시에는 처분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이의제기 서식까지 첨부돼 있었지만, 내용을 알지 못했던 탕반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렇게 일 년을 보냈다.
그런데 재계약을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에서 재계약 조건으로 '천팔백만원 과태료를 납부하겠다는 공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공증을 받아 오면 2년을 더 고용하겠다는 말을 들은 탕반푹은 그제야 과태료 고지서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고 한다.
뜬금없는 과태료 고지서를 받고 물어봤을 때, "열심히 일이나 해!" 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의 제기를 할 기회조차 날려버리게 했던 회사 측에서 과태료를 납부하겠다는 공증을 받아오면 재계약해 주겠다는 어이없는 요구에 탕반푹은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지난 3년간 오로지 일만했던 회사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부당한 줄 알지만, 2년을 더 일하기 원하는 탕반푹은 내가 있는 쉼터를 찾아와 "앞으로 2년을 더 일한다고 해서 과태료를 다 물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눈물만 뚝뚝 흘렸다.
문제의 발단은 탕반푹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대출 관련 스팸메일이 대량 발송되면서 시작되었다. 탕반푹이 선불제 휴대전화를 개통했던 수원역 앞의 모 판매점에서 명의를 도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판매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서울체신청 정보통신국 정보통신과 담당자는 "이런 사건은 본인이 조심했어야 한다"며 "그리고 의견 제출 기회도 충분히 주었다"고 1년이 지난 지금 소명을 하거나 과태료 처분에 대해 번복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의 제기 절차와 같은 안내를 본인에게 분명히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해당 업무 담당자는 "외국 사람이라 회사 사람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과태료 고지서가 발급된 것은 행정처리가 끝났다는 말인데, 재고해 달라는 것은 죽은 사람 살려 내라는 것과 같다"며 "원칙적인 면에서 해결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천팔백만원이 아이 이름도 아닌데, 아무 일도 아니라고 관심도 갖지 않던 회사 사람들이나, 이의 제기에 대한 안내를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담당자의 확신에 찬 태도에 답답함만이 밀려올 뿐이다.
2008.07.03 15:4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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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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