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의 당사 난입 및 폭행 사건과 관련 어청수 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박상규
그들 5명 중 가장 저질스러운 욕설과 행동을 한 사람이 나중에 도착한 2명 중 한명이었고 이후 경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특수임무행동과학연구원장이라고 했다. 이들 2명은 앞서 난동을 부린 3명과 같이 봉고차를 타고 와서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복도에서 난동을 부리는 중에도 한명이 계속 어디론가 상황을 보고하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5명이 봉고를 타고 이동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술 먹고 진보신당 당사를 지나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들이 복도에 흘리고 간 명함에는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 사무총장 오복섭'이라고 적혀있었다. 인터넷으로 특수임무수행자회에 들어가 임원 명단을 검색해보니 사무총장 오복섭의 이름과 얼굴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바로 진보신당 당사 난동의 주범이었다.
그의 약력을 보고 다시 한 번 오싹해졌다.
'국민 대테러운동본부 준비위원장', '이명박 대통령후보 안보특위 공동위원장'….
야밤에 여자들만 있는 공당의 사무실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정치테러범이 '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은 언뜻 보면 코미디다. 하지만 그가 2005년 미송환 장기수 묘비를 파손한 것을 포함해 수많은 불법테러를 저질러 온 자임에도 크게 처벌받지 않고 각종 우익단체의 집행책임자 역할을 계속해서 맡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폭력을 이용하고 비호하는 세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안보특위 공동위원장'이라는 경력을 갖고 있는 오복섭이 이명박 대통령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안보특위 공동위원장으로서 지난 대선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오복섭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안보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우익 폭력집단의 지지를 받고 탄생한 셈이다.
특임자회에 수익사업 허용하는 법안 제출한 한나라당'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라는 이름을 최근 여러 사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6월5일 서울광장에서의 '북파공작원 위령제', KBS 방송국 앞에서의 난동, 이번 진보신당 당사 난입 사건 등.
특수임무수행자회 사무실이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서 4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는 사실도 얼마 전부터 그 건물에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전면 현수막이 걸린 걸 보고 알았다.
이번 사건을 당하고 특수임무수행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이 단체는 올해 1월에 공식 출범했다. '특수임무수행자 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유일한 공인 특수임무수행자 단체로서 각종 권한과 혜택을 받는 조직이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은 손범규 의원을 중심으로 이 단체에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최근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온몸으로 막고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특수임무수행자회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두렵다.
경찰의 수수방관과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는, 이 테러조직을 40m 옆에 두고 일해야 하는 진보신당 당직자로서 두렵다. 엄청난 폭력과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는 이 단체에 각종 수익사업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의 노력에 의해 그 존재가 인정된 북파공작원과 유족들의 명예가 또다시 국가권력과 일부세력들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테러 사건의 책임을 묻는다하지만 촛불은 역시 강했다. 60일간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촛불은 그 원동력이 연대의 힘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사건이 발생한 밤부터 다음날까지 시민들의 걱정과 격려 전화로 업무를 볼 수가 없었다. 또 특수임무수행자회가 진보신당 당사 앞에 집회 신고를 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진보신당을 함께 지켜주겠다는 촛불시민들의 전화와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3일 밤에도 기독교시국집회를 마치고 난 15명의 시민들이 밤 11시경에 진보신당 당사 앞으로 와 1시간 동안 있다가 돌아갔다. 촛불시민들은 인터넷에서는 특수임무수행자회가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을 밝혀내 항의하고 특수임무수행자회와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과의 그간 잘못된 만남(?)을 찾아내 폭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촛불시위의 성격은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라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촛불을 이념대립으로 몰아가고 "불법시위대에게는 총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고 조갑제가 선동하고 "불법시위대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말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행했다. 특수임무수행자회는 이들의 지시를 따르는 충실한 행동부대였던 셈이다.
진보신당과 촛불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이번 테러 사건의 책임을 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최은희 기자는 진보신당 당직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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