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표시는 990원인데, 영수증엔 2600원?

물건 사고 영수증 내용 꼼꼼하게 확인 하시나요?

등록 2008.07.10 09:49수정 2008.07.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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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사흘은 장을 본다. 장마가 끝났는지 멈췄는지 요즘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좀 헷갈린다. 복더위를 할 때도 아닌데 복중의 더위보다 더 뜨거운 날, 해가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뭘 해먹나…' 반찬거리 사와서 다듬고 불 앞에서 끓이는 것이 오늘 같은 날은 귀찮기도 하다. 돈 생각을 하면 외식비도 만만찮다. 밖에서 먹고 오면 먹은 것 같지 않고 개운치 않은 뒷맛 때문에 그래도 내 손을 움직여 식구들에게 먹이는 것이 아주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장을 본다.

찬거리 이름들이 적힌 쪽지를 들고 동네 시장으로 가는 길엔 농협하나로마트와 재래시장, 할인마트가 순서대로 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로 이것저것 값을 따져보느라 농협과 재래시장, 할인마트 세 군데를 꼭 거친다. 지하에 매장이 있는 농협은 마트보다 야채 값이 더 싸다. 그래도 농협보다 더 싼 곳은 역시 재래시장이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 둘러보는데 눈을 끄는 곳이 있다. 990원과 660원짜리만 모아놓은 코너였다. 물건은 세 개짜리 치약에서부터 칫솔, 참치캔과 소량 포장된 국수 등 다양하게 모여 있다. 눈여겨 살펴보니 당면도 있다.

당장에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990원이라면 정말 싼값이었다. '이게 정말 990원일까?' 싶을 정도였다. 찌개·전골이나 떡볶이 같은 음식에 한번씩 넣어먹기 좋게 적당한 양으로 포장된 것 5개 들이가 한 포장으로 된 당면. 이런 물건은 충동구매를 해도 그리 후회하지 않는다.

 990원인줄 알고 샀던 당면사리
990원인줄 알고 샀던 당면사리한미숙

 매장가격과 영수증가격이 달랐어요.
매장가격과 영수증가격이 달랐어요.한미숙



차례를 기다려 물건값을 치르고 영수증을 받았다. 초저녁이라 사람들이 붐볐다. 잔돈을 대충 지갑에 넣고 마트를 나오면서 손에 든 영수증을 훑어보았다. 근데 이상했다. 990원으로 찍혀야할 당면 값이 2650원이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몇 걸음 걷다가 나는 다시 마트로 들어갔다.

당면이 있던 자리에 가서 확인해보니 990원과 660원 하는 물건만 따로 파는 곳에 분명히 그 당면도 들어있다.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봤다. '990원인줄 알고 이 물건을 샀는데 실제 값은 2660원이었다'고 확인해달라고 했다. 직원이 정확한 값을 알아보고 다시 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이 물건은 2650원이네요."
"네? 그럼 이 물건이 왜 990원짜리만 모아놓은 곳에 있나요? 나는 990원인줄 알고 샀는데, 물건을 이곳에서 빼든가 아니면 값을 고쳐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도 나처럼 990원으로 알고 살 수도 있을 텐데요."
"손님이 사신 건 990원에 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나에게 안내하는 곳으로 가서 나머지 잔액을 환불받으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당면은 모두 빼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2650원으로 계산된 당면 값은 그래서 990원으로 계산되었고 나머지 1660원을 거슬러 받았다.  

영수증을 받으면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쓰레기통에 던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계부를 쓰면서 영수증은 꼭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물가가 널뛰기를 하는 요즘, 영수증도 꼼꼼하게 살펴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보냅니다.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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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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