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 교수촛불집회과 이슬람 순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땅의 사람
"촛불정국은 지금처럼 지구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만들어 냈다. 계속 신자유주의를 고집하면 결국 사람과 땅 모두 함께 죽을 수 밖에 없다. 공룡들은 거대한 식욕 때문에 결국 멸종했다. 끊임없이 물건을 만들고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인간들이야말로 공룡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 길을 고집하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 소고기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갈 모든 코드를 '살림'으로 잡았으면 좋겠다."현경 교수는 자신은 지구와 사람을 살리는 '에코페미니즘'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더 좋은 말을 찾았단다. 바로 우리말 '살림'. '살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살림이스트'라는 말을 만들게 됐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김지하 시인의 살림 생명사상과 기독여성들의 생명운동에 영향을 받았단다.
그이는 지금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국민이 열병을 앓고 있는 촛불정국은 바로 '죽임의 세력'과 '살림의 세력'간의 갈등이라고 풀이한다.
촛불정국에 대한 진단을 부탁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절대 안된다고 하셨다. 이번 '광우병 소고기 사태'는 먹는 것 갖고 장난 친 경우에 해당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CEO 출신이라 기업인 마인드를 가진 것 같다. 기업 논리는 하나를 받고, 하나를 되파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CEO와는 다르다. 그런데 국민들이 CEO 출신을 뽑은 것을 보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기대심리가 있었다고 본다."현경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 또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촛불은 어디서건 결단코 꺼지지 않아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이 촛불 정국을 통해 반드시 제3의 해법이 찾아 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민도 정부도 이 기회에 철저한 자기 성찰을 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또 하나 강조한 것은 비폭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폭력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이는 정의구현사제단 미사로 비폭력 평화집회의 정신을 되찾아 참 기뻤다고. 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어른의 역할을 말한 적이 있는데, 정의구현사제단이 바로 어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매연대는 위대하다, 동문의 힘으로 1년간 이슬람 순례현경 교수가 이슬람 18개국을 1년 동안이나 순례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대한민국 자매연대의 힘이다. 그이는 이란이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2006년 무렵 대담하게도 이슬람 순례를 기획했다.
하지만 기독교 재단을 후원하는 미국부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소식을 들은 모교(이화여대) 동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현경 교수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100명이 넘는 동문들이 주머니를 열었다. 금액을 묻자 "1년 넘게 이슬람을 순례할 만큼 넉넉한 비용"이었다고 답했다. 대단하다.
그이에게 이슬람 순례 목적과 순례를 통해 얻은 결과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나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 해방될 때 하나님의 나라가 가장 확장된다고 생각하는 해방신학자"라면서 "억울하게 왕따 악마화된 이슬람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면서 실체에 접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미디어들은 미국 정부가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하는 데 대해 동조를 했다. 한 서구학자는 '문명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현경 교수는 미국 미디어나 서구 학자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살림이스트'는 '문명의 충돌'을 믿지 않고 '문명의 상생과 대화'를 믿는다. . 많은 이들이 내게 무엇을 가장 잘 배웠느냐고 묻는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치유의 은총을 경험했다. 순례 길에 이슬람 여성 300명을 인터뷰 했는데 전부 다른 이슬람을 믿고 있더라.이슬람 여성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 있었던 공동체 의식, 따뜻한 마음, 정의에 대한 의지를 보았다. 이슬람 문명을 지키는 중심에 이슬람 여성들이 있더라. 자기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고 자기 몸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히잡이 이슬람 여성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반문명이자 반제국주의 상징이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이는 가는 곳마다 이념과 종교를 넘어 친구를 만들고 왔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친구가 있으면 그곳에 총질을 하거나 핵을 떨어뜨릴 수 없다고 믿는 그이기 때문이다.
그이는 순례를 통해 이슬람이 말하는 진리와 평화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단다.
"내가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이라 일단 '이것을 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무조건 시작을 했다가 나중에는 항상 '살아서 돌아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로 끝난다. 종교경찰에게 잡히기도 했다. 에피소드가 많다. 그것은 책으로 나오면 읽어라."(호탕한 웃음)이어 "오마이뉴스에 나가기에는 껄끄럽겠지만…"라며 입을 열었다. 외국에서 본 대기업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한국 기업이 무척 잘 나간단다. 터키나 모로코의 에어컨은 거의 LG, 이란의 차들은 거의 기아라고. 끝도 없는 사막의 허허벌판에서 삼성 간판을 봤을 때는 자신 같은 운동권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 자본 면에서 일본이나 미국 기업이 월등할텐데, 이긴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곧바로 한국 기업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로 재단을 통한 사회 환원.
한국은 학교나 사회로 직접 환원되는 비용이 미국에 비해 너무 적다. 미국은 어려운 학생의 장학 사업 등 재단을 통해 사회 환원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빌 게이츠 아프리카 재단 같은 경우 제3세계의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한민국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이윤을 되돌려야 한다는 말은 대기업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본다.
'현자의 그룹' 을 만들어 소통의 매개자로시작을 촛불로 했으니, 마무리 또한 촛불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촛불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그러자 그이가 아주 특별한 제안을 한 가지 했다.
"9. 11 테러 사태가 일어난 다음 미국 내에서 복수를 하자고 난리가 났을 때 탁낫한 스님이 뉴욕에 온 적이 있다. 탁낫한 스님은 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현자들이 모여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며 10명의 현인을 뽑자고 제안했다. 소통의 매개자를 삼아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절하자고 한 것이다. 지금의 한국이야 말로 그런 현자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정치적 야망이 없고 경제적 이권을 탐하지 않으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받는 현자 10명을 뽑아 정부와 국민 사이에 소통의 매개자 역할을 담당해 갈등을 해결하고 한걸음 더 나아갈 길을 찾아보면 좋겠다."그이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현자 10명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진 못했다.
그이는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자문해 보라"고 주문했다. 신자유주의의 노예로 끊임없이 욕망과 스트레스에 자신을 내어맡기고 살 것인지, 아니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박하게 먹고 며 정신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정신적 노마드(유목민)의 삶을 살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