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활용율은 57.2%(환경부, 2006)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상당수 쓰레기는 매립(25.8%), 소각(17.0%)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매년 40%가 넘는 쓰레기들이 이 땅과 하늘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지요. 한 때 소각하면 '다이옥신'을 떠올리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함은 지울 수가 없네요.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됐죠. 서울의 대표 소각장을 알아봤더니, 이런…, 제가 사는 곳과 너무 가까운 겁니다. 근사하게 꾸며진 월드컵공원의 노을공원 쪽에 있는 높다란 굴뚝 건물이 바로 소각장이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마포자원회수시설입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데 쓰레기 소각하는 냄새도 못맡아봤을 정도로 여지껏 그 존재를 몰랐습니다.
예전에는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불렀는데 아무래도 이미지가 안좋아 사람들이 싫어하니 이름을 바꿨다고 하네요.
전 소각장이라고 하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주변은 지저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공원 안에 있다니 놀랍네요. 현대적인 이름만큼이나 그 시설도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어떻게 소각될까요?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05년에 세워져 서울 지역 소각장 중 가장 최신 시설입니다. 서울 마포구 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중구나 용산구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도 처리합니다.
이 곳에 오는 쓰레기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해당 구청 청소과 직원들이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합니다. 수거한 쓰레기들을 구청과 용역계약을 한 위탁업체가 재활용용, 소각용, 매립용으로 나눕니다. 여기서 소각용 쓰레기가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매일 7, 80대의 트럭에 실려 오는 양이 약 450톤이랍니다.
쓰레기가 마포자원회수시설에 들어오면 지역 주민 네 분이 들어온 쓰레기 봉투를 뜯어봅니다. 소각용의 생활 폐기물이 아닌 것이 있는지 전수검사를 하는 것이지요. 생활 쓰레기가 아닌 건설 쓰레기, 음식 쓰레기, 산업 폐자재 등 불량한(?) 쓰레기가 발견되면 즉시 해당 구청에 돌려 보냅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전수검사를 하는 이유는 위탁업체들이 싣고 오는 쓰레기에 비소각용이 너무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곳은 다행입니다. 돌려보낼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없는 곳은 그대로 매립지 직행입니다. 서울에 소각장은 강남구, 노원구, 마포구, 양천구에만 있습니다. 25개 서울시 지자체 중 19개가 이 곳 네 개 소각장에서 소각을 하고, 나머지 6개 구는 곧바로 매립지로 갑니다.
쓰레기 소각량을 줄이기 위해 어떻하면 좋을까요?
근래에 지어진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덴마크의 폐기물 전문처리 회사와 기술제휴를 하여 쓰레기 소각율을 높이고 생활 폐기물의 소각 후 재활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소각하면 약 20% 정도 재가 남습니다. 매립지로 가는 이 재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선 재활용율을 17%로 높여, 최종 남는 재 비율을 3%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소각재로 보도블럭이나 바닥재을 만들어 서울시와 각 구청에 납품한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앞선다는 마포자원회수시설도 3%의 재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쓰레기 매립지는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 우리 국토를 옥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니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려는 노력이 근본 해결책일듯 싶습니다.
자원회수시설에서 일하는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시장이나 마트에서 쉽게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과 제품들(컵라면 등 용기, 나무 젓가락 등)이 양이 제일 많고 소각 후 재활용율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비닐'과 '소각'에서 귀가 번쩍 열렸습니다. 소각할 때 생기는 유해성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비닐성분 제품 쓰레기를 소각할 때 다이옥신, 산업가스,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나온다고 합니다. 자원회수시설에선 4단계 처리방식을 통해 유해성분을 걸러낸다고 합니다.
한국폐기물학회 명예회장이자 2006년까지 한국소각기술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이승무 연세대 명예교수도 소각시설에서 필터를 거쳐 나오는 가스는 담배연기나 매연가스와 비교해도 안전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오랜 고정관념을 쉽게 지우긴 힘드네요.
최근에는 중국 등에서 만든 매우 저가의 옷이나 생활용품들이 많이 소비되고 또 그만큼 쉽게 버려져 쓰레기 양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태우고 파묻으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먼저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노력과 방법을 먼저 찾고 실천하는 것이 쓰레기를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까 하네요.
매년 3만명의 사람들이 마포자원회수시설을 견학한다고 합니다. 자원회수시설(rrf.seoul.go.kr)을 한 번 방문해서 쓰레기가 처리되는 현실을 본다면 생활에서 좀 더 조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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