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헌 작 "아파트".
화덕헌
그는 이같은 해석의 증거도 제시했다. "휴대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도시의 길모퉁이는 휴대폰 광고와 휴대폰 대리점이 다 차지했다. 반면 '공중전화기'는 무용지물이 되어 사라진다. 동전 수북이 쌓아 놓고 애인에게 전화 걸던 청춘의 무늬가 지워진 것"이라고.
그는 "도심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아파트가 공급되었지만, 아파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집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기이한 통계적 현상을 우리는 보고 있다"고 지적.
"사람이 디자인을 선택하고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디자인 역시 우리를 삶을 규정하고 재편하는 것은 아닐까? 아파트 주거형태라는 독특한 디자인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발견인지도 모르겠다."화덕헌은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취미로 사진을 익혔는데, 사회에 나오면서 사진관까지 차렸다. 그의 사진 일터는 부산 해운대에 있다.
그는 오랫동안 부산역 노숙자들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1992년부터 10년간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집을 교재로 삼고서 사숙하면서 말이다. 그는 '1990년대 부산역에서 만난 사람들'을 2005년 부산 서면메디칼센터 아트룸에서 '길에서 천국으로'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그는 18쪽 분량의 사진집을 내면서, 맨 뒤 페이지에 500원짜리 동전을 비닐 포장지 안에 넣어 붙여놓았다. 길을 가다가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꼭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주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