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칼국수 상차림입이 까칠하고 밥맛없는 무더운 여름날에 입맛을 되살려주는 이집은 한번쯤 부담 없이 들려볼만한 곳이다.
조찬현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안주인(64·윤영순)은 해군에서 복무한 남편을 따라 포항에서 27년을 살았다. 남편이 군 생활을 마친 뒤에는 포항의 비학산에서 전원생활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집의 상호를 '포항비학산 바지락칼국수'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6·25전쟁을 거친 세대다. 춥고 배고팠던 아픈 기억 때문에 음식이 적을까봐 자꾸만 퍼주게 된다고 한다. 정량만 달라고 한사코 만류해도 막무가내다.
"손님들이 드시고 적으면 어떡하나 불안해 자꾸만 주게 되요." 정성과 인정이 넘쳐서일까. 싱싱한 바지락으로 우려낸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진 바지락칼국수에서 고향 어머님의 풋풋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바지락칼국수 맛을 한번 보면 손님을 집안 식구 대하듯 한다는 안주인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었구나 하며 인정을 하게 된다.
포항비학산 바지락칼국수는 국물 맛이 아주 빼어나다. 바지락 국물과 칼국수는 잘 어울린다. 바지락을 넣어 끓여낸 국물은 맛이 시원하다. 바지락은 너무 오래 끓이면 조개 살이 오그라들고 질겨져 연한 맛이 없어지므로 입이 벌어질 정도로만 끓이는 게 중요하다.
개운하고 얼큰한 국물에다가, 쫄깃한 면발에 푸짐함까지 갖추었으니. 그것도 바다가 없는 충청도 천안 산중에서 맛본 바지락이니 별미일 수밖에. 입이 까칠하고 밥맛 없는 무더운 여름날에 입맛을 되살려주는 이 집은 한 번쯤 부담 없이 들려볼만한 곳이다. 바지락도 넉넉하게 넣어줘 바지락을 까먹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바지락칼국수, 뜨거움이 시원함으로 다가올 때의 그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