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및 새사회연대 등이 주축이 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회의(아래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18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장 임명을 위해 현직인 김황식 대법관의 사직서를 수리한 이영훈 대법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김 대법관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난 5월 19일 사퇴한 전윤철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삼권분립의 상징이자 사법부의 수장인 현직 대법관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해 왔다.
지난 6월 20일~24일 사이 새사회연대, 참여연대 등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면서 김 대법관의 감사원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에도 정부는 지난 7일 정부 개각발표에서 김황식 감사원장 지명을 공식 발표했다. 이어 11일 정부가 김황식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본격화됐다.
7월 16일에는 전국공무원노조가 김황식 대법관 사퇴 촉구 및 대법원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18일에는 김 대법관의 사표가 이 대법원장에 의해 수리된 것을 확인한 후 기자회견을 한 것.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 '현직대법관의 감사원장 임명저지 투쟁'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이날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 6년의 대법관을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행정부서의 수장인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 동의권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라며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며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불손한 저의나 음모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계속해서 대법관의 임기 6년이 헌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정권에 상관없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려는 대통령이나 정치세력으로부터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정의 실현과 최후의 인권 보루로서의 대법관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라는, 국민이 부여한 존엄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헌법적 정신에도 이용훈 대법원장이 김황식 대법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지킬 의지가 없는 수장"이라며 이 대법원장의 태도를 겨냥했다. 이어 "수많은 국민들이 처절한 희생과 투쟁으로 쟁취해 준 사법부 독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이용훈 대법원장과 김황식 대법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법 위에 군림하며 군사독재시대의 절대권력을 다시 세우려는 대통령의 부당한 인사권에 당당히 맞서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과 사법민주화에 전력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민의 사법부로 올곧게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사법의 민주화를 열망해 온 각계각층의 국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냉엄한 비판과 함께 내정 철회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려 하거나 김황식 대법관이 끝내 내정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법국민연대는 끝으로 "김황식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민이 부여한 대법관 본연의 임무로 돌아옴으로써 사법역사에 스스로 사법권 독립을 포기한 불행한 대법관으로 남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공무원들도 심기 편치 않다"
김황식 대법관의 감사원장 임명 내정과 관련, 법원 공무원들도 심기가 편치 않다. 기자회견에 나온 법원공무원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법원내부통신망의 '열린마당'에 올라온 각종 의견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법원 내부통신망 '열린마당'에 11일 정영진 판사가 올린 글에 무려 45개 남짓의 댓글이 달리면서 법원 공무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가 밝힌 댓글 중에는 "오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오라해서 가는 것도 문제지요" "이명박 황제님! 우리 사법부의 정점이신 대법관을 돌려주세요. 당신의 노리개가 될 분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지키는 자존심이랍니다. 제발 법원만은 황제의 침실에 불러들이지 마세요!"라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댓글은 김 대법관이 법원에 남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김 대법관님은 사법부에 남으셔야 합니다. 행정부에서는 더 이상 사법부를 흔들려 하여서는 안됩니다. 김 대법관님에 대한 감사원장 내정은 철회되어야 합니다"와 같이 김 대법관의 감사원장 임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마산법원에 근무하는 한 주사는 같은 '열린마당'에 올린 "김황식 대법관님께'라는 글을 통해 "김 대법관님의 감사원장 내정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마땅히 사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행정부로 가다니. 그것도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를 않다"며, 법원 내부에서도 김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에 대해 매우 불만임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민주사법국민연대회의는 김황식 대법관의 사직서가 이영훈 대법원장에 의해 수리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회에서 김 대법관의 임명저지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당장 오는 23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회에서 집중해서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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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법관, 감사원장 임명은 사법부 독립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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