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들 "차라리 직업분배시대가 좋았어~"

[해외리포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학력 실업

등록 2008.07.24 11:53수정 2008.07.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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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0월 중국의 충칭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 장면.

작년 10월 중국의 충칭에서 열린 대규모 취업박람회 장면. ⓒ 연합뉴스=EPA


중국의 유수언론인 <신징빠오(新京報)>는 최근, 지난 1978년부터 진행된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변화된 일련의 사회현상을 살펴보는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8일자에는 매년 증가하는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이 지면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

올해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07년 전국에서 배출된 500만 명의 대학졸업자 중 현재까지 100만 명이 직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500만 대졸자중 100만명이 직업 못찾아

마오쩌둥의 고립경제와 문화대혁명의 실패에 기인한 '가난한 대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덩샤오핑이 제시한 '흑묘백묘론'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접목이라는 실사구시적 태도를 지향한다.

때문에 덩샤오핑은 빠른 경제성장을 위주로 한 정책을 펼쳐왔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정부당국에서 직업을 정해주는 '분배'제도의 혜택을 받게 된다. 직업분배제도는 신중국 성립 이후부터 80년대 초까지 실행되었다.

그렇지만, 전공의 세부사항이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관리자의 실수로 대학생들은 본인의 전공에 부합하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는 등 인재낭비의 문제가 생겼다. 과거 부모가 독단적인 태도로 배우자를 정해주는 혼인마냥 기업과 대학이 모든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학생은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통보된 결과에 따르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1989년 '직업분배'제도로부터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직업선택이 가능하게 된 '양방향 선택'이 실시되었다. '양방향 선택'은 본인 스스로가 지원하고 싶은 기업에 지원하고 면접 등의 선발과정을 거치면, 기업은 이들 중 일부를 채용하는 자유경쟁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득과 실이 있는 법. 일부 젊은이들은 요즘 같이 취업하기가 힘든 때 차라리 과거처럼 '직업분배'제도가 부활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한다. 베이징 소재 유명대학을 올해 졸업한 양아무개(여·22)씨는 "북경에 남아 있고 싶어서 여러 회사에 지원을 해봤지만 아무 연락이 없다. 너무 걱정스럽다. 차라리 직업분배제도를 실시했던 과거에 생활하고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작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 연합=EPA


취업을 위한 필수품 3종세트 : 영어, 인턴, 컴퓨터


중국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까? 중국의 20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올해 인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회사에 취업한 위샤난(여·22)씨는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전공도 중요하지만 영어, 제2외국어, 인턴 경험과 함께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해요"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인 경우, 중국 국가영어시험인 GET 4급을 통과해야 졸업이나 취업이 가능하며, 석사일 경우 6급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중국의 경우 인턴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전공공부 이외에도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인턴생활을 해야 한다. 인턴기간은 각 회사의 내규에 따르며, 학생들은 1달에 인민폐 1000원(한화 15만원) 내지 2000원(한화 3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들이 인턴기간 동안에 하는 일은 주로 단순업무나 잡무라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회사측에서 학생들에게 인턴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업무 처리가 미숙하고, 모든 것을 일일이 교육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취업난이 심각한 것은 비단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학력이거나 비인기 전공자일수록 취업이 더 어렵다. 올해 석사학위를 딴 왕아무개(여·25)씨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회사에 취업원서도 내보고 공무원 시험도 참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국가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1년 동안 계약직으로 태국에서 중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외국생활이 신선할 것 같고 나중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프로젝트에 지원했지만, 1년 후 중국에 돌아가서 똑같이 취업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너무 답답합니다."

인민대 신시자원관리학원 석사과정인 양하이신(여·25)은 "영어구사 능력과 인턴 경험 그리고 명문대졸업자라는 포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철 밥그릇' 안되면 '금 밥그릇'으로

20년 전 "좋든 나쁘든 사람들은 저마다 깨지지 않는 철 밥그릇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대학졸업자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2008년 현재, 대학졸업자는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고, 평생고용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비유하던 '철 밥그릇'의 신화도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든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준비에 한창이다. 공무원은 비록 샐러리맨에 비해 월급이 다소 낮지만 업무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금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토니(남·23)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영어학원에 등록하여 공부하고 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갖은 후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는 사회현상을 대변해주는 단어가 자주 출현한다. '컨라오주(啃老族)'와 '콩훈주(恐婚族)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컨라오주(啃老族)는 한 가정에서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취업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전적으로 기대어 생활하는 젊은 층을 말한다.

이들은 취업할 생각도 없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어 소비생활만 지향할 뿐 생산능력이 없는 계층이다. 여기에는 외동자녀 정책으로 인해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사회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부모도 한 몫을 한다.

콩훈주(恐婚族)는 결혼에 대한 염려 때문에 결혼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젊은층을 가르킨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한아무개(남·25)는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다.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겠는가"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없다?

심각한 취업난은 일부 대학생의 직업 선택관을 변화시켰다. 명문대학인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돼지고기 판매를 하거나, 인민대학을 졸업하고 생계의 이유로 보안이 되거나, 여학생들의 경우 보모가 된다.

대졸자 보모의 경우 주로 3세에서 12세 사이의 아이들 가정교사 역할을 담당하며, 집안일도 돌보며 한달 임금이 인민폐 2000원(한화 30만원)정도로 샐러리맨 월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의 독특한 선택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까지 졸업한 인재들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인재낭비라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에게 기대어 얌체처럼 살지 않고, 체면도 중시하지 않으며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의견이다.
#중국 대학생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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