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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세차게 부딪히며 쏟아지던 비가 소강상태에 빠진 듯하여, 부랴부랴 일을 정리하고 일터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톡톡톡 우산을 두드리는 작은 빗소리를 따라 교정을 빠져나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였습니다.
발치에서 갑자기 먼가가 펄쩍였습니다. 하지만 그리 놀라진 않았습니다. 다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의 형체가 괜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고개를 숙이고 살그머니 살펴보았습니다. 갈색빛 개구리 한 마리가 인도의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제 주먹만한 게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만큼 몸집이 제법 컸습니다.
길을 잃어버린건지? 어디 갈 곳이 있어 빗속 나들이를 나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되레 놀라서는, 오를 수 없는 콘크리트벽을 향해 펄쩍뛰거나 내리막길로 뒷다리를 길게 뻗어가며 기어가더군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데, 전원이 약해 카메라가 꺼져 우산을 받쳐들고 힘겹게 새로운 건전지로 교체하고나니 큰 개구리는 제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사이 사람들이 오가면서 개구리가 놀래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 싶었습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오랜만에 개구리를 봤기에 그 반가움을 간직하려 욕심을 부리다가 그만 개구리를 놓쳐버린 것입니다. 암튼 사라진 개구리의 흔적을 따라 다시 퇴근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콘크리트벽 사이에 굵은 배수관이 나와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 여기에 숨었을까? 하고 쭈그리고 앉아 배수관을 들여다보았지만,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플래시를 작동시켜 배수관 안을 카메라로 찍어봤습니다.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카메라에 찍힌 배수로 안의 모습을 확인해 보니, 비좁은 통 안에 개구리는 놀란 눈을 번뜩이며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인기척이 없을 때 다시 나올 모양이었습니다.
큰 개구리의 그 마음을 눈치채고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발길을 옮겼습니다.
"안녕! 개구리 왕자님~" 하고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
덧. 참개구리보다 몸집이 큰 것으로 봐서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주변 수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하여 밉상이 되어버린 황소개구리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일터 뒷편에 큰 저수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사는 개구리인 듯 싶네요. 혹시 동화속의 개구리 왕자님일지도~^-^
2008.07.26 14:2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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