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 작아지는 당신, 그대 이름은 '조중동' 기자

신분증명근거 없는 '비겁한 취재 행위'... 논조에 책임지는 당당한 자세는 어디에?

등록 2008.07.27 12:09수정 2008.07.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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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현장에서는, 가끔씩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정체'를 요구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부는 억울한 모함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시민들의 직감이 사실로 드러난다. 일선 경찰서의 정보과 형사 및 '조중동' 기자인 경우가 많았다.

 

소위 '프락치'라고도 하는 정보과 형사의 사복 채증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조중동' 기자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취재행위를 막는 것이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다. '조중동'에 대한 감정적인 분노가 격앙돼 있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자들의 취재행위를 막아서야 곤란하다.

 

하지만, 26일 저녁에 벌어진 상황은 시민들에게만 '문제의 소지'를 따져서야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26일 오후 9시경, 수천에서 1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 병력과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조선일보> 사진기자 1명이 붙잡힌 상황이었다.

 

'프레스' 완장도 없이 취재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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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신분증명' 요구받는 <조선일보> 사진기자 ⓒ 박형준

▲ 시민들의 '신분증명' 요구받는 <조선일보> 사진기자 ⓒ 박형준

 

 

시위현장에서, 기자는 팔에 소위 말하는 '프레스 완장'을 차거나 목에 소속언론사의 신분증명 카드를 멘다. 하지만, 시위현장에서 붙잡힌 '조중동' 기자들은 이런 것이 전혀 없었다. 가뜩이나 '프락치'에 민감한 시민들이다. 신분증명을 할 수 있는 근거 하나 없이 사진을 찍으니, '프락치'로 의심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조중동' 기자로 밝혀져도 시민들이 곱게 보내주는 일은 많지 않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문제의 소지가 있기에 가급적 자제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신분증명을 할 수 있는 근거 하나 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 게다가, 시민들은 '조중동' 기자일 경우, 이들이 찍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교묘하게 왜곡 편집돼' 문제 많은 보도가 만들어진다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조중동' 기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26일 저녁에 시민들에게 '프락치'로 오인받은 <조선일보> 사진기자의 경우, 본인이 더욱 오해를 자처했다는 판단도 든다. 그에게 수상함을 느낀 시민들은 그를 둘러싸고 정체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물어본 것은 간단했다.

 

"소속이 어디에요? 소속만 말씀하시면 되잖아요.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세요?"

 

분노한 일부 시민이 폭행이라도 휘두를까 염려한 일부 대학생들이 <조선일보> 사진기자를 둘러싸며 질문을 던지면서 오히려 그를 '보호'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묵묵부답. 신변의 위협을 느낀 모양이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기자가 와서 '아는 사람'이라고 거론하면서 분위기를 누그려뜨렸지만, 당사자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질'을 건드리자 못참은 시민들이 그를 밀치려 하거나 발길질까지 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발길질'을 한 사람의 경우에는 나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 제지하며 뒤로 떠밀었다. 그런 행동은 상황의 진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체'를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이 재미있다. 그는 '정체'를 밝힌 뒤,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1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그 뒤를 따라왔다. 당시 맨 앞에서 그의 '도주' 모습을 봤던 나로서는 경찰 병력 쪽을 향해 외쳤던 그 목소리를 여전히 기억한다.

 

"신변 보호 좀 부탁합니다."

 

그러자, "길 열어드려"라는 경찰 병력 책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말 그대로 '쏙' 들어가버렸다. 황당한 상황이었다. 물론, 경찰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그 상황을 납득할 시민들은 몇이나 될까?

 

그 당시, '종로경찰서장'은 직접 선무방송을 지휘하면서 '검거작전'을 경고했으며, '종로경찰서장'인지 '종로경찰서 소속경찰'인지 어쨌든 어느 남성 경찰은 경찰 병력 맨 앞에서 노트북으로 음악을 틀던 10대 남학생을 향해서도 이렇게 '엄포'를 놨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저기, 음악 트는 놈 검거해!"

 

'조중동' 기자여, 당당해져라

 

언젠가는, 광화문 일대에 쳐진 경찰의 차벽 너머로 '조중동' 기자들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취재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참가자들이 분노를 느낀 적이 있었다. 나로서는, '조중동' 기자들에게 당당해질 것을 요구하고 싶다.

 

설령 시민들이 '조중동 기자'라는 사실에 분노하더라도, 그것은 '조중동' 기자로서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조중동' 기자들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황당한 논조와 그 논조를 위해서라면 허위와 왜곡, 연출마저도 꺼리낌없이 자행하는 '조중동' 수뇌부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그런 행위에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했기에 '마땅한 감수'는 당연한 일이다.

 

당시,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던, 나와 친분이 있는 <한겨레> 기자는, "'조중동' 기자라도 취재는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제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보수단체 시위현장에 가면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기자가 폭행까지 당하잖아요. 똑같은 거죠."

 

'취재'는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전제는 나도 동의한다. 어쨌든, 그들도 언론사인만큼 취재할 의무와 권리는 있다. 그 이후의 일은 그 이후의 일인만큼 일단 취재는 막지 말자. 하지만, 나로서는 여기서 '조중동' 기자들을 향해 앞서 이야기했던 '당당함'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사측의 논조에 동조하고 순응했으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그리고 MBC와 KBS와 같이 보수단체 사람들이 '이를 가는' 언론의 기자들, 그렇다고 그들이 신분증명 근거 하나 없이 몰래 취재현장에 가는 일은 없다.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취재 행위는 당당히 한다. '조중동' 기자들은 그걸 보고 뭘 느꼈을까?

 

나로서는, <조선일보> 28일자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릴지 자못 궁금해진다. 시민들의 전경버스 끌어내리기 행위를 '탈취'라고 본사에 전화보고를 하다가 적발됐던 당시의 <조선일보> 기자, 약간의 실랑이는 '폭행'으로 둔갑해 다음날 <조선일보>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의 지나친 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를 둘러싸면서 '사실상' 그를 보호하려 했던 시민들도 있었고, 중재에 나선 타 언론사 기자도, 그리고 나도 두눈 뜨고 지켜본 일이다. 그 당시의 '왜곡'을 재방송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은, 신분증명근거 하나 없이 비겁한 취재행위를 일삼던 <조선일보> 사진기자, 나아가 편파왜곡보도로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조선일보>에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7.27 12:0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촛불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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