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농구코치(사무엘 L. 잭슨 분)는 농구부원들을 도서관으로 데리고 공부의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세 살배기 세림이의 도서관 정복기(?) 불현듯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을 가끔 찾는 친구의 딸아이(이름이 '세림이'입니다. 이후부터는 그냥 세림이라고 부르겠습니다.)와 도서관 아르바이트 학생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도서관이라는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세림이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제 친구가 세 살이 된 세림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였습니다. 세림이는 아장아장 걸음으로 도서관에 들어서서는 한참동안 도서관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책꽂이로 가서 책을 한 권 뽑아들고는 마치 암벽등반 하듯 도서관 테이블의자에 올라서는 뽑아 온 책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세림이의 행동을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도서관이라는 곳을 처음 와 본 세림이는 많은 책들과 책을 읽고 있는 언니, 오빠, 아저씨, 아줌마들이 참 신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동안이나 도서관 입구에 서서 살펴봤던 것입니다.
또 세림이가 책을 뽑아들고 읽으려고 한 것은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책을 펼쳐서 읽고 있으니 세림이도 으레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고 따라 한 것입니다.(아이에게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흔히 주변에서 어른들의 말투나 행동을 따라 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세림이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혼자 알아서 책을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런 세림이의 행동은 도서관이 어떻게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과 거리가 멀다더니... 무협지로 시작해 중국 철학책까지그럼 도서관 아르바이트 학생은 어떨까요? 이 친구는 도서관에서 1년 넘게 일을 했었는데, 처음 왔을 때 자기는 책하고는 너무 안 친해서 도서관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스럽다고 할 정도로 책과는 거리가 먼 친구였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처음 한두 달은 책을 나르는 것 이외에는 책을 전혀 만지지 않았습니다. 여유 시간에는 인터넷을 하거나 졸거나 그랬습니다. 그러다 두 달쯤 지나자 이 친구가 여유시간을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며, 또 인터넷하기도 이제 지겹다며 재미나게 읽을 만한 책이 없냐고 저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른 재미난 만화책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만화책이 재미있었던지 도서관에 있는 만화책을 모조리 다 읽은 아르바이트 학생은 또 저에게 만화책 말고 다른 읽을 책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기 있는 무협소설을 추천해주었고 그 학생은 무협소설류를 또 다 읽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