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딸이 초등학생인데 연탄이 뭔지도 몰라요. 여기 오니까 연탄이 뭔지, 어떻게 만드는지…. 관광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앞으로 자주 와야 겠어요." (인천에서 온 가정주부)
"폐광이 돼서 모든 게 없어진 줄 알았어요. 이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정리한 분들이 너무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감동적입니다." (강원랜드에 놀러온 한 가족)
"정말 눈물이 납니다. 내가 후두암으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기계에 의존해야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쓸고 닦고 했던 그 건물입니다. 저것도 내가 옛날 사용했던 배터리입니다." (사북광업소에서 근무했던 70대 할아버지)
"우리 바깥 양반이 여기에서 근무했습니다. 난 지금 여기 처음 와 봅니다. 그 당시 여자들은 광업소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아침에 치마입은 여자가 입갱하는 광부를 지나가면 그날 작업을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위험한 곳이라 미신도 참 많았습니다, 우리 남편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몸이 성해지면 꼭 데리고 와야 겠습니다." (원주에 사는 70대 할머니)
많은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 먼 옛날 구석기시대 얘기가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얘기라는 사실에 더욱 공감하였다. 특히 건물의 벽면에 아직도 탄가루가 남아있고, 본관 건너편에 산처럼 높이 쌓인 폐석더미를 보고 모두들 '그저 커다란 산인줄만 알았'노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끊어진 레일을 다시 이어 650 갱구에 인차를 타고 갱도안을 직접 들어가 보는 체험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덜컹덜컹하는 인차를 전직광부가 직접 몰고, 안전모를 쓴 채 갱구에 들어간 관광객은 그 갱도 안의 서늘함에 놀랐고, 전직광부가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두 번 놀랐다. 관광객이 서있는 바로 그 아래서 과거 60~70년대 수많은 산업전사들이 목숨을 담보로 일을 했다는 사실에….
이날 행사를 준비한 많은 사북주민들 가운데, 특히 사북번영회 산하 '석탄유물보존위'의 활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물보존위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인 전주익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정말이지 시간만 좀 있었으면 더 멋진 행사를 할 수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촉박해 아쉽습니다.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와 이벤트들이 저의 머릿속에 있는데 이것들을 모두 풀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았습니다. 어쨌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은 더욱 멋진 행사를 기획하겠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가 될 겁니다."
예컨대 서양이 200년 동안 했던 일을 우리는 불과 50년 만에 해치웠다. 특정산업이 흥하고 망하는 이른바 '산업생명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산업들(old industries)의 경우 이제 기로에 서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누가 석탄산업이 쇠락할 것이라 예측했겠는가!
그사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은 반면에 또한 많은 것을 잃었다. 그 중에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선배들이 산업전사, 산업역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막장'이라는 곳에서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우리가 오늘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밤이 깊어가고 갑자기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어둠을 밝혀주는 불꽃처럼 폐광지역의 희망이 될 탄광문화관광촌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사북석탄문화제를 준비하시 사북지역 모든 주민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2008.08.05 17:1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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