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대상의 한국 미술사 관련 책이다. 전부 스물네 꼭지다. 이채로운 점은 ‘반구대 암각화’를 한반도의 원시 미술로 바라보아 맨 앞에 놓은 것이다.
설명이 초등학생들 수준에 맞게 어렵지 않고 차근차근하다. 고래의 특징을 잘 살린 바위그림이라는 것, 고래 사냥의 비밀이 그림 속에 숨어 있다는 것, 또 당시의 사회상(신분 질서가 있는 사회)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 등등.
설명과 함께 이해를 돕는 직관적인 보조 그림들이 제공되고 있어 잘 정리된 느낌도 든다. 그럼 고래잡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같이 읽어보자.
왼쪽 윗부분을 유심히 관찰하면 초승달 모양이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배’입니다. 그 위에 톱니처럼 촘촘히 그려 놓은 건 ‘배에 탄 사람’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작살로 고래를 잡았는데, 암각화에는 작살에 찔린 고래의 모습도 있습니다. - 책 11쪽
‘부구’라는 도구가 이채롭다. 요동치는 고래로 인해 배가 받는 충격을 적게 하기 위한 것인데, 당시 사람들의 지혜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벽화 ‘수렵도’와 ‘사신도’, ‘무용도’와 ‘씨름도’도 만날 수 있고, 고려 불화는 물론 이제현의 ‘기마도강도’, 공민왕의 ‘천산대렵도’와 ‘기마인물도’도 만날 수 있다.
대개는 조선의 미술 작품이다. 그 가운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보인다. “고결한 뜻을 지닌 선비가 물을 보는 그림”이다. 이러한 그림처럼 “그림을 그리되 그 속에 학문적 경지와 도덕적 깊이를 담으려 한 그림”이 ‘문인화’다. 이 밖에 강희안의 ‘고사도교도(고결한 선비가 다리를 건너는 그림)’와 ‘산수도’도 함께 실려 있다.
조영석이라는 이름은 익숙지 않지만 그의 ‘강상조어도(강에서 물고기를 낚는 그림)’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다. 그만큼 눈에 익다. 그의 다른 작품 ‘설중방우도’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눈 내린 겨울날, 멀리 있는 친구가 소를 타고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의젓하게 마주 앉아 격조 높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집주인 뒤쪽에 책이 잔뜩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세상을 멀리하며 깊은 산중에 숨어 사는 선비인 듯합니다. 그림 아래쪽에는 두 명의 동자가 있습니다. 선비가 데려온 동자는 소를 끌고, 주인집 동자는 사립문에 서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모습입니다. - 책 113쪽
또 한 사람의 낯선 이름을 보게 된다. ‘최북’이다. 스스로 제 눈을 찌른 괴짜 화가이다. 책에서 이에 얽힌 사연을 확인할 수 있다.
최북의 대표작 ‘풍성야귀인(눈보라 치는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을 본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휘몰아치는데도 이상하게 고요하고 따사로운 느낌을 준다”고 덧붙여 놓았다.
2008.08.06 21:4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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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 진품명품 - 반구대 암각화에서 이중섭까지, 교과서보다 천 배 더 재미난 한국 미술사
장세현 지음,
현암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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