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쌓여있는 쿠폰들갖가지 쿠폰들이 쌓여있다.
이보라
앞서 말한 치킨집의 사례는 인터넷에도 무수히 많았다. 종류도 천차만별이어서, 쿠폰을 10개를 모아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2개를 모아야 비로소 한 마리를 시킬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곳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배달을 거부한다니.
치킨 한 마리 당 요즘은 1만3000원 정도 한다. 열두 마리의 치킨을 먹으려면 15만6000원이다. 15만6000원어치를 먹은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주말은 배달 안 돼요. 원래 그래요"라는 말 한 마디뿐이라는 데 고객은 분노한다. 다음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사례들.
"제가 OO치킨 무료쿠폰 10개로 오늘 (토요일) 시키려고 했는데 10개 모았다고 하니까 평일 날 쓰라고 하더군요. 아 욕 나오네. 쿠폰에 공휴일이나 주말에 쓰라는 말 써 있지도 않은데 내가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건가요?""14000원짜리를 열 번 시켜도 쿠폰 닭은 무조건 1만3000원짜리? 쿠폰이면 쿠폰 닭이라고 미리 말해야 한다? 주말에는 안 된다. 평일에만 먹어라? OO치킨은 왜 이런 정책을 쓸까요?"
알쏭달쏭한 치킨 업체의 답변모아놓은 쿠폰으로 시키는 것뿐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움츠러들고, 못 먹기까지 해야 하나?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OO치킨 본사에 전화를 해봤다. 서비스 팀장에게서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쿠폰 발급은 고객 관리 차원이다. 한 마리 시킬 때마다 그 금액의 8~10%가 적립된다. 본사에서 쿠폰 발행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닌데, 경쟁업체에서 다들 하니까 가맹점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쿠폰 제도를 본사에서 권장하는 것은 아닌데,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개별 지점에서 한다는 얘기다. 본사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은 것.
고객 관리 차원이라면서 주말에는 왜 배달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모든 지점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객 관리의 개념이 잡혀있는 지점에서는 다 하는데, 주말에 워낙 바쁜 지점에서는 안 하는 곳도 있다. 서비스 개념이 부족해서 그런데 우리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모호하다. 쿠폰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면서 본사에서는 개별 지점마다 자유롭게 적용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이나 공휴일에 쿠폰 적용이 되는 매장, 안 되는 매장이 제각각이다.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쿠폰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기본 제품(프라이드치킨)만 가능한 건가 묻자, 역시 "개별 지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본사의 정책이 이렇기 때문에 개별 프랜차이즈 지점에서는 배달이 밀리는 주말 저녁에는 되도록 쿠폰 고객을 피하려고 하는 실정이다.
주말엔 배달 밀려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