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컴퓨터로 원격 조종, 돔을 열고 천체를 관측하는 레몬산 망원경이 보내온 천체자료를 소백산 천문대 성언창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
심보선
그런데도 국제천문연맹(IAU)이 '짧은 기간에 이룩한 대단한 천문관측의 성과'라고 평가할 만큼의 우수한 천문관측 연구 성과들을 어떻게 내고 있는가. 이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애리조나 주 레몬산 천문대에 홀로 서 있는 소백산 천문대의 쌍둥이 망원경 덕분이다.
이 망원경은 우리나라 대덕천문과학원 연구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원격제어 컨트롤, 관측 돔을 열고 소백산 천문대가 쉬는 시간의 천체를 관측한다. 레몬산 망원경이 이렇게 관측한 결과를 대덕천문과학원 컴퓨터에 보내오면 소백산에 전송, 천문학자들이 받아 연구를 한다. 우리와 밤낮이 정반대인 미국의 자연조건을 적극 활용, 그 효과를 극대화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구경 61cm급의 망원경이 우리나라 대표 망원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왜 우리나라에는 구경 5m, 10m급의 대형 망원경이 없느냐고 묻는다. 사실은 한국과 같은 계절풍 기후대에 속한 지역에서는 소백산 망원경보다 큰 망원경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더 큰 망원경이 있다고 해도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든 것이다. 망원경이 크면 관측에 유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 망원경이 놓인 곳의 기상조건을 거의 고려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국내의 기상 조건에서 소백산 망원경이나 보현산 천문대의 구경 1.8m 망원경보다 더 큰 망원경은 그 쓸모가 크지 않다. - 책속에서
망원경 기술 이모 저모 |
우리의 망원경 제작기술이 궁금, 검색을 해봤다. 2006년12월 말, 우리 기술로는 처음으로 60㎝급을 만들었다. 우리가 지분의 50%를 갖는 조건으로 연간 300일 이상의 천체 관측이 가능한 멕시코 성베드로산(해발 2천900m)에 6.5m급 대형 천체망원경 2기를 세운다는 프로젝트를 멕시코와 진행, 2012년에 완성할 계획이다. 예산은 800억 가량.
세계 다른 나라들의 망원경 기술은? 구경 60㎝ 천체망원경을 1928년에 이미 개발한 가까운 일본은 1980년대에 하와이 수바루천문대에 8.4m급을 설치했다. 중국은 2.14m급을 개발 1990년대에 개발, 4m급 완성직전이라고.
미국, 유럽 등의 일부 선진국들은 지름 24.5~60m규모를 2010년에 완성 예정, 2006년 10월에는 유럽남천문대(ESO)가 60m 규모의 초대형 천체망원경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이에 드는 비용은 7억5천만유로(한화 9천여억원).
남아프리카에는 11m 세계 최대 규모의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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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표 망원경은 보현산 국립천문대의 1.8m 망원경과 소백산 천문대의 61cm 쌍둥이 망원경. 가까운 일본의 8.4m. 남아프리카에 설치 된 구경 11m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이 망원경들은 부족한 비용과 우리의 실제 관측일 수(170~190일 가량)를 고려한 천문학자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선진국들의 규모 큰 망원경들과 당당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국내 30여 군데의 천문대 중 천문대 여행을 일부 전문가들이나 천문관측에 뜻을 둔 사람들이나 꿈꾸는 것쯤으로 어려워하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전국 각지의 천문대 10곳을 선정, 천문관측과 관련된 별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천문대가 주최하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나 축제 등의 프로그램들도 자세히 소개한다. 역사까지 전공한 저자는 '천문대 가는 길'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천문대 가는 길에 인접한 고장의 역사의 현장과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 들려주는 이야기들 또한 간결하면서도 정서적이라 책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별이 쏟아지는 마루'를 뜻하는 '별마로 천문대'가 있는 영월에서는 김삿갓이 묻힌 곳과 단종의 슬픔을 대신 울어준 소나무 앞에서 김삿갓과 단종의 비애를 만난다. '금구원 조각공원 천문대' 가는 길에는 만권의 책을 켜켜이 쌓은 형상인 채석강과 유서 깊은 내소사가 있다. 김해 천문대 가는 길에 만나는 허황옥과 쌍어문의 비밀도 반갑다.
경기도 양주 '송암스타스밸리'는 국내 내로라하는 한 기업가가 차곡차곡 돈이 쌓인 말년에야 돈의 제대로 된 쓰임새를 깨달아 조성한 곳으로 한때 조각공원으로 유명했던 장흥에 있다. 김해 천문대의 학생들과 연계한, 시민을 찾아가는 천문관측 프로그램도, 대전시민천문대의 별 음악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 가는 길에 들려주는 조선시대 노인성 관측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에는 저명한 과학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천문관측 사진들이 많다. 그 사진들을 찍은 사람은 아마추어 천문가인 고 박승철씨. '한국 근대 천문사에 신기루 같은 존재인 그의 이야기와 함께 책 전반에 실린 그의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탐내는 사람들이 있을 법'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그의 이야기와 사진들도 신기하고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