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논의했다"... 5일째 수정되지 않은 백악관 홈피

한미정상 기자회견 당시 이 대통령 발언 오역... '내부 기술적 문제'로 수정 안돼?

등록 2008.08.11 12:07수정 2008.08.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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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지난 6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우리말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백악관 홈페이지 녹취록에는 "논의했다"고 영어로 번역되어 실린 것이 만 5일이 지나도록 수정되지 않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의 번역 오류를 지적한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다음 날(7일) 청와대 춘추관의 박정하 행정관은 "수정하기로 했다"며 미국 측과 합의가 된 듯이 설명했으나,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고 있는 것.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11일 오전 "백악관 쪽은 녹취록이 잘못 나간 것을 알고 있다"고 거듭 설명하면서 "녹취록을 수정하는 데 있어 내부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 정치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의 'did discuss'를 'didn't discuss'로 알파벳 두 자만 추가하면 되는데 무슨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이렇게 문구 수정이 늦어지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뒤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영문은 한국시각으로 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녹취록이다. (바로 가기)

 

a 백악관 녹취록 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한미정상회담 녹취록.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논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답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백악관 녹취록 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한미정상회담 녹취록.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논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답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 김태경

▲ 백악관 녹취록 11일 오전 10시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한미정상회담 녹취록.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논의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답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 김태경

기자 "…마지막으로 아프간 파병과 관련하여 부시 대통령께서 이명박 대통령께 파병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Lastly, did President Bush request President Lee to dispatch troops to Afghanistan?)

 

이명박 대통령 "…그렇게 하고, 아프가니스탄 뭐 파견 문제, 이것은 부시 대통령이 답변을 해야 되잖아요? 내가 할 것이 아니고. 그러나 그런 논의는 없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을 드립니다." (As for Afghanistan and sending Korean troops, I think, again, President Bush should be able to answer that. But I can tell you that we did discuss this issue.)

 

부시 대통령 "우리는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 것은 비전투지원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 젊은 민주주의를 도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비전투지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We discussed it... And the only thing I talked to him about was non-combat help. I asked him to consider as much non-combat help as possible to help this young democracy.)

 

대체 무슨 기술적 문제?

 

청와대 측은 또 "부시 대통령이 한국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요청했다"는 7일 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대해서도 바로잡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지금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박정하 춘추관 행정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대해 "비군사적 지원 등에 관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잘못된 기사인데 일부 국내 언론이 받아썼다. 잘못된 기사에 대해 해외 홍보망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1일 김은혜 부대변인은 "기사를 작성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특별한 팩트가 아니라 정상회담 내용을 가지고 추론해서 썼다고 말한다"며 "이는 기자의 해석에 대한 문제로 청와대에서 조치를 취하고 말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백악관 녹취록 오역이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해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이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파병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논의했다, 그러나 'non combat help'에 대해서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순간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으나 'non combat help'가 '비전투 지원'이 아니라 '비군사 지원'으로 통역되면서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본뜻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non combat help'는 비전투 지원으로 자이툰 부대와 같은 파병을 의미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부시가 한국에 파병을 요청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녹취록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 "논의했다"로 번역된 사실이 확인됐다.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백악관 홈페이지의 한 단어만 간단히 수정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무슨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일각에서는 백악관 쪽이 6일 한미정상회담 때 비전투병 파병을 양 정상이 논의했다고 간주하고, 회견의 흐름상 이 대통령의 발언을 "논의했다"로 고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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