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와 맛소금으로 조개를 캐고 있던 사람들. 바구니에는 조개가 이미 한 가득이었다. 장일호
▲ 호미와 맛소금으로 조개를 캐고 있던 사람들. 바구니에는 조개가 이미 한 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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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태안으로 왔어요"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웠다. 대학 동아리 친구 4명과 함께 온 송재희(25)씨는 "일부러 태안을 찾았다"며 "뉴스 보니 부산 해운대는 많은 파라솔로 기네스북에 오른다던데, 이곳은 그 곳처럼 북적이지도 않으니 더 좋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조개잡이를 하던 김 아무개(40) 씨도 "솔직히 걱정하면서 왔는데 생각보다 맑은 물에 안도감이 든다"며 "건강한 바다를 보니 뿌듯하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 번 기름유출 때 봉사활동 오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휴가기간 동안 일부러 태안을 찾았다"고 했다.
몽산포 해수욕장 주변에 있던 한 횟집 주인은 "좋게 써줄 거 아니면 물어보지 말라"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와서 먹어주는 사람도 간간히 있다"고 말하며 "그래도 점점 손님이 늘고 있다"고 했다. 민박집 주인 박 아무개씨 또한 "주말엔 방이 다 찼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 겨울 태안 바다 곳곳에 검은 상처를 남기고 있던 기름을 닦아내기 위해 백만 명이 다녀간 이야기는 '국민의 힘'이라 칭송되어지며 전설처럼 남았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태안의 해수욕장들은 불황 가운데서도 '희망'을 말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일부러 태안을 찾기도 하며 국민의 힘이 잠시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태안 시내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강 모 할머니는 태안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며 태안의 회복을 위한 국민들의 '끈질긴 관심'을 요구했다.
태안반도 내 약 30여 개 모두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몽산포의 모래와 바다는 인간의 실수를 너른 품으로 안아주며 '회복'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자연에 화답하여 몸을 맡기고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회복되고 있는 자연과 거리낌 없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황금의 땅 관광태안'이라는 문구가 어색해지지 않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