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신문법 반발의 추억'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은 일명 '신문법'이라고도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4대 악법' 안에 이 '신문법'을 포함시켜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명박 정부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신문법 '폐지'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왜 '신문법'에 반발했을까? 간단하다. '신문법'의 핵심은 일종의 '독과점 방지 법안'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신문법 17조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문구를 법조항에 포함시켰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1개 언론사의 신문시장 점유율 30% 이상, 3개 이하 언론사의 신문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적용되는 문구다.
"일반일간신문 및 특수일간신문을 경영하는 정기간행물사업자중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같은 법 제2조제7호의 규정에 의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17조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정은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 60% 이상일 때다.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상의 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신문의 다양성 보장을 위한 목적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발행부수 기준 등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단이 아니다."
'조중동'은 이 위헌 판결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비판신문 겨냥 표적입법이 사실상 원천무효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절반만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듣고 싶은 것에 대해서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신문법 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이 앞서 언급한 공정거래법 상의 추정 조항에 비해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묵적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되나'라는 단서와 함께 '발행부수 기준'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단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 '조선'과 '동아' 등이 위헌 심판을 청구했던 조항이 무려 23개나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중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 2개와 신문사 복수 겸영 등에 관한 조항 1개만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오히려 '편집위원회 설치' 및 '신문발전위 설치와 신문유통원 설립' 등에 대한 위헌 심판에 대해서는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과 '조중동'에게는 이러한 사실 지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의 그들은 '힘'이 있다. 정권을 잡았으며 거대여당이 된 것이다.
'언론 장악 기도'는 한나라당의 장기적 사안
'임명'을 '임면'으로 해석하면서 무리하게 처리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사태는, 2008년의 대한민국 언론이 어떤 현실을 맞이했는지를 보여준다.
야당과 언론인들이 아무리 격렬하게 항의하고 지적해도 소용이 없어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YTN과 KBS에 대해 순차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투하시켰거나 투하시킬 채비를 하고 있으며, KBS 2TV와 MBC는 '민영화'를 빙자한 '사유화'의 기로에 서 있다.
YTN의 경우, 24시간 내내 뉴스를 취급하는 뉴스전문채널에 '대통령의 남자'가 사장으로 투하됐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KBS의 경우는 보다 복잡하다. 단순한 채널 장악을 넘어, '예산과 결산의 국회 심의 및 승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국가기간방송법안이 한나라당을 통해 제시됐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이다. KBS의 예산과 결산에 대한 심의 및 승인이 한나라당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장 선임에 대해서도 '경영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산과 결산에 대한 심의 및 승인이 사실상 한나라당의 손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영위원회'가 사장 선임을 맡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의 미디어정책 보고서에는 아예 "공영방송의 공영성과 효율성의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 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영방송'을 한마디로 '국영방송'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것일까?
KBS를 '공영방송'에서 '국가기간방송'으로 변신시킨 상황에서, KBS2 TV는 '사유화'될 것이다.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와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지난 5월 13일에 국회에서 주최한 '신문방송 겸영 규제개혁에 관한 선진화 방안' 토론회 당시,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나라처럼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와 겸영 전면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극히 예외적이다. 언론의 다양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과 교차소유를 허용해야 하며, 신문이 지상파 방송의 겸영을 허용할 정도로 전면 개방해야 한다.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고 교차 소유할 수 있도록 방송 영역의 규제를 모두 풀되, 여론 독과점의 우려가 있는 만큼 대형 신문사와 지상파 전국 방송사의 결합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오히려 일반의 인식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신문이 단독으로 여론을 지배하는 매체였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방송과 인터넷의 영향력이 신문을 능가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방송의 과점적 형태를 해결해야 하며 그 해법은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방송사의 규모와 영향력이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국의 모든 국민이 방송을 시청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의 과점적 영향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없다는 주장은 메이저 신문의 비판 기능에 대한 우려와 방송사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이들의 주장을 새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들의 주장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을 추진할 논리적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매체 소유 가능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오히려 그 기준을 올린 바 있다. 이쯤 되면 KBS·MBC·YTN에 대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YTN의 경우,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이 "정부가 우리(YTN)의 대주주인 공기업들을 민영화할 것이고, 조중동이 시장에 나온 이 지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에서부터 그 '운명'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KBS1 TV는 '국가기간방송'으로 변신하면서 KBS2 TV와 MBC 및 YTN은 '사영화'의 제물로 노출돼 스스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조중동'이나 '자산총액 10조원의 대기업'에게 노출될 것이다.
거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명박 정부는 정권을 잡았으며 한나라당은 거대여당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2006년 12월 1일에 '신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전년도 월평균 전국 발행부수가 전체의 20% 이상인 일간신문과 시장점유율 20% 이상인 뉴스통신의 방송 겸영 금지"와 "겸영 허용 시 한 신문이 방송사업자 주식 및 지분의 20% 초과 금지"라는 조항을 단서로 달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와 더불어 '친절한 자료'가 제출됐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은 '미디어경영연구소'의 2005년도 '전국 일간지 발행부수 추정자료 및 점유율' 조사자료가 그 근거다.
그에 따르면, '조중동'의 추정발행부수는 649만부로서 종합일간지와 특수지 및 지방일간지 전체 135개 신문사의 총 발행부수 1347만 7천부의 48.3%(조선 17.3%, 중앙 15.5%, 동아 15.4%)를 점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인 독과점'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방송' 손 본 다음에는 '포털' 손 보겠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문법 폐지'보다는 정병국 의원의 개정안을 계기로 '대체입법'에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입법'이 더욱 쓸모가 많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잘만 변형시키면 '신문법'을 계기로 '조중동'과 더불어 방송도 보다 효율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실무당정회의를 열고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에 '포털'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골자는 이거다. "인터넷 포털이 뉴스 배치 등을 편집해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신문법 대체입법'이다.
그에 따르면, 신문법 상 '인터넷 신문'도 포함된 언론의 영역에 '인터넷 뉴스 포털'도 포함시켜 언론의 카테고리에 묶어둔 뒤, '포털 사이트 게재 기사로 인해 피해를 볼 경우엔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도 가능케 하겠다"는 식의 '책임성 강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을 개정해 위의 사실을 법제화하겠다는 의도다.
이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 '포털'과 '언론'의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정략적인 발상을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발상을 정책화하겠다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핵심'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포털 사이트 게재 기사'의 생산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만약 '게재 기사'로 인해 피해를 볼 경우 '생산한 언론'과 '중개한 포털'도 모두 '손'을 보겠다는 발상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한나라당의 2번에 걸친 '대선 증후군'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만약, 선거 과정에서 정당 후보의 검증 과정에서 '스캔들'이 거론될 경우 정당은 정치관계법과 신문법을 통해 '생산한 언론'과 '중개한 포털'을 모두 손쉽게 '손 볼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진다.
약점 많은 권력일수록 '장악' 집착, '무관심'이 승부수
한나라당은 방송에는 '낙하산 인사'를 심고, '포털'은 법령을 통한 족쇄를 채우려고 하고 있는 셈이다. 약점이 많은 권력일수록 '장악'에 집착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과연 약점이 없는 정권이며 여당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광복절 기념 100차 촛불문화제'를 기점으로, 시민들의 '촛불'은 '장악 논란'에 휩싸인 방송사를 눈여겨보며 그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촛불'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많은 시민들이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감을 잡기 어려우며, 실제로 무관심하다는데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정연주 사장 해임'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유도 바로 그 '시민들의 무관심'을 노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무관심'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대하는 최적의 환경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18 11:4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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