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슬비와 예슬이가 옛 사람의 흉내를 내보고 있다. 세상사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를 느껴보려고.
이돈삼
명옥헌원림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소쇄원으로 향한다. 사적 제304호로 지정된 소쇄원은 명옥헌원림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원림이다. 계곡, 연못, 대숲, 바위, 새소리, 물소리까지 자연 그대로의 풍취가 오롯이 담겨있다. 손님을 버선발로 맞았다는 대봉대, 운치 있는 담장 애양단, 계곡 위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다섯 굽이를 이뤄 흐르는 오곡문이 눈에 들어온다.
소쇄원 가장 위쪽에 자리한 제월당은 옛 주인 양산보가 기거하며 손님과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그 아래에는 소쇄원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광풍각이 있다. 광풍각은 이 집의 사랑방으로 소쇄원의 중심이 된다. 귀를 기울이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부터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산새소리, 벌레 우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사실 소쇄원을 한바퀴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돌아보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옛 사람들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면서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