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이완구 충남지사의 잇단 정부여당 비판이 불씨가 됐다.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경고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김 지사는 21엔 오히려 더욱 강도를 높여 정부와 당을 비판했다. "민심을 정확하게 들어야지 감정적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반박이다.
이 지사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정당"이라며 지도부에 대해 서운함을 나타냈다.
김문수 지사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전화인터뷰에서 아예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들이 받았다.
박희태 대표는 전날(20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김 지사 등을 염두에 둔 듯 "일부 지자체장들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어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호 최고위원도 "일부 지자체장 사이에서 대통령과 당에 대한 예우를 넘는 수준의 용어나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김 지사가 정부의 '지방균형 발전' 정책과 관련해 "도저히 승복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다치더라도 규제를 완화하라고 뽑아준 이명박 대통령이 규제를 푸는 것은 고사하고 뭐하는 것이냐"고 강력히 비판 한 데 대한 일종의 '주의'였다.
당 지도부의 경고에도 김 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당 지도부를 향해 "바로 민심을 정확하게 들어야 한다"며 "저 사람의 말이 민심에 맞느냐, 이렇게 봐야지 자기에게 기분이 좋으냐, 나쁘냐, 이렇게 해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김 지사는 이어 "정확한 현실과 민심을 아는 것이 바로 모든 정치의 요체"라며 "(정부여당이 민심을) 파악 하지 못하거나 파악을 했더라도 소신과 용기,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너무 신중해져... 이래서 경제 살아나겠나"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날을 세웠다. "최근에 촛불시위를 많이 하고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대통령께서 신중해지셔서 자꾸 이것저것 고려하다보니 아무것도 되는 것도 없고 사실 이래서 경제가 살아나겠느냐"며 "지금 풀어줘도 신통치 않을 판에 자꾸 더 묶어서 어떻게 경제가 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옛날에 공산당에서도 다 했지만 다 실패했다"면서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오만하게 자기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어 "공산당도 그런 생각(지방 균형발전)은 하고 있지 않다"며 "(지방 균형발전론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국민들한테 인기 영합하는 인기영합정책"이라며 거듭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당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있다. 지난 5일 당 지도부와 충남도 간의 당정협의에서다.
이 지사는 당시 충청권 인사가 배제된 당직인선, 진전없는 충청권 공약 등을 언급하며 "최근 '충청권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박순자 최고위원 등이 자신의 주장을 문제 삼자, "그런 태도와 입장 때문에 한나라당이 욕을 먹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도부 "기강도 없는 당인가... 지자체장 발언 매우 유감" 또다시 '경고'
김 지사의 방송 인터뷰로 당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광역단체장의 궤도를 일탈한 언동들이 있어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기강도 없는 당으로 보일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는 것 같아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중앙당과 지자체장 사이의 소통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는 김 지사와 이 지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돌출행동을 한다는 말이 나돈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 아니냐는 의심이다.
민자당, 자민련을 거쳐 한나라당에 안착한 이완구 지사를 놓고는 또다시 당적을 옮기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완구 충남지사 "나만큼 당심 강한 사람 어딨나"
이에 대해 이완구 지사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만큼 당심이 강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거듭 말했듯 한나라당의 충청민심은 내가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배경을 의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경박스럽고 가벼운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충청권의 민심을 전하려는 충정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의 잇단 경고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 입장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당 아니냐"며 섭섭한 기색을 내비쳤다.
2008.08.21 14:1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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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들이받은 김문수 "공산당도 그런 생각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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