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꽃봉오리
정기상
5일장. 닷새 만에 서는 재래시장은 생활의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국적으로 구성되어 있던 5일장은 소통의 광장이었다. 삼천리금수강산 구석구석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고 애환과 그리움이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였다. 딱히 볼 일도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찾는 친밀한 곳이었다.
순창장에는 많은 물건들이 나와 있었다. 생선을 비롯하여 수박도 있고 각종 잡화도 있다. 등짐장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세월 따라 장사하는 분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보따리나 등짐은 찾아볼 수가 없고 물건을 가득 싣고 있는 트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동하기 쉽게 자동차가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 것이다.
"야! 꽃무릇이네."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분명 꽃무릇이었다. 활짝 꽃을 피워내지는 못했지만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밀고 있는 꽃대는 틀림없었다. 꽃과 이파리가 만날 수 없다고 하여 상사화라고도 하는 꽃이다. 꽃을 피워 내려고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날씬할 수가 없었다. 벌써 사랑의 꽃이 피어날 때가 되었다니, 놀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