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능선을 따라 이어진 장성
최종명
내려가는 길은 꽤 위험했다. 각도가 높으니 쌓았던 벽돌들이 무너져 한쪽 귀퉁이에 놓아둔 나무를 잡고 내려와야 한다. 누군가 나무를 잘라 이렇게 계단을 대신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도저히 그냥 오르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1시간 정도 더 내려가니 갑자기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정말 하늘로 오르는 계단(天梯)이거나 쭉 뻗은 하늘로 오르는 한 가닥 줄(一线天)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배낭을 앞으로 메고 내려가려고 할 즈음 장성 성벽을 타고 오르는 징그러운 벌레 하나가 눈에 띈다. 수십 개의 가는 발을 움직이며 살살 벽돌을 타더니 성벽 너머로 쏙 사라진다.
스멀스멀 기어가는 모양도 그렇지만 이렇게 높다란 곳에서 제 생명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소름이 돋을 정도다.
100여 개는 될 듯한 계단을 따라 한발한발 내려가면서 보니 시야가 쾌청하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 한번, 능선 한번, 장성 한번 몇 번씩 나누어 봤다. 저 연이어 있는 장성, 과장을 섞어 만리나 된다는 벽돌들을 다 둘러보려면 몇 년이 걸려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