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판과 정명> 최영묵, 한울아카데미, 2015.12.04, 39,500원
한울아카데미
최 교수의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된다. 리영희 선생의 삶을 무상으로 흡입한 수많은 독자, 지식인, 언론인 등을 대표할 만한 작업이 되면 좋겠다. 그 일은 아마 우리나라 국민에게 국세를 독촉하는 것이 되어도 좋다. '검열' 같은 족쇄나 '용공', '종북' 플랫폼으로 옭아매는 정부가 아니라 '통일'과 '민주'의 가치가 살아있는 나라에 떳떳하게 내는 세금 말이다. 우리가 <비판과 정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판과 정명> 출간 소식을 듣고 제자 둘이 찾아왔다. 함께 중국집으로 이동하는데 연구실 문 옆에 붙은 '긍정의 힘! 최영묵 교수님, 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는 제자의 판화가 눈길에 맺힌다. 혼돈의 근현대 역사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교수'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왜곡의 뒷방에서 칼질을 난무해 왔는지를 알고 있다. 국정교과서 정국에서도 일부 '교수'들은 진실의 가치보다 개인의 욕심과 안위가 우선임을 만천하에 기록하고 있다. 검열 본 곳곳을 펼치면 1980년 당시 계엄사령부의 검열 담당관은 꽤 '인지능력'을 갖추고 수술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비판과 정명> 110쪽에는 검열을 거친 증보판에 대한 리영희 선생의 소회를 정확하게 환기해주고 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검열 통과 작전'은 성공을 거두어 <우상과 이성>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덕분에 1986년까지 7만 부 이상 팔렸다. 10여 년이 지난 2007년 김 대표의 앞선 기사에서 증보판 서문을 인용하면서 '이제, 하늘을 덮었던 짙은 먹구름의 한 모서리가 뚫리고 희미하게나마 밝은 햇빛이 내려비치기 시작했다. (중략) 필자의 기쁨은 크다는 역리(逆理)를 믿는 것이다'라고 리영희 선생의 감회를 소개했다.

▲ 최영묵 교수 연구실에 있는 리영희 선생(이철수 판화가 작품)
최종명
그러나 최 교수의 언급과 <비판과 정명>에 따르면, 리영희 선생은 증보판의 서문조차 검열 당하고 있는 와중에 '저널리스트가 지녀야 할 자존심' 같은 맥락을 숨겨놓았다고 했다. 그것은 '우울함'이었다.
'그러기에 한길사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서 불가피한 수정을 거쳐 이 증보판을 내게 되는 것은 필자에게는 기쁨이기보다는 우울함이라는 솔직한 심정을 적어야겠다.'<비판과 정명> 110쪽에 기록했으며 <우상과 이성> 1980 증보판 4쪽에 담긴 리영희 선생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최 교수 연구실에는 이철수 화가의 필체와 두 눈 부릅뜬 리영희 선생 판화가 지키고 있다. '우울함'은 '진실'을 향한 최고의 절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영희 선생 판화 아래에 2015.2.18과 최 교수의 어린 딸 이름이 살짝 드러난다. 최 교수는 <비판과 정명> 글머리 그 끝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우리 딸 연제'가 '어서 자라서 선생님의 책들을 읽고 아빠와 토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980년 '우울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2015년 끝머리다.

▲ 최영묵 교수의 연구실에 걸려 있는 '긍정의 힘!'
최종명
리영희 저작집 2 - 우상과 이성
리영희 지음,
한길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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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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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통과 작전 성공, 그러나 리영희 선생은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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