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국립극장들이 서울에 온다

오는 9월~10월, 전 세계 유일 '국립극장페스티벌' 열린다

등록 2008.08.25 21:14수정 2008.08.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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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찾는 중국 장예모의 발레 '홍등'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찾는 중국 장예모의 발레 '홍등' ⓒ 국립극장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을 찾는 중국 장예모의 발레 '홍등' ⓒ 국립극장

 

올림픽이 스포츠 국가대표들이 모이는 것이라면, 문화 척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세계 각국의 국립극장들이 한 곳에 모이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문화올림픽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에 갖가지 축제가 있지만 국립극장들의 축제는 세계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시도하고 있으며, 아직 유일하다.

 

경쟁적 구도는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연들을 보면서 그들 속에, 세계 속에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에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중요한 비교 체험의 기회가 된다. 또 중요한 것은 대중적 인기보다는 각국의 전통과 또한 인류 공통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 노르웨이, 프랑스, 몰도바, 러시아, 중국, 태국, 독일 등 8개국 18 작품을 선보일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올해로 2회를 맞는다. 작년 첫 회에는 3만 여명의 관객이 국립극장을 찾았고, 81%라는 유례없는 객석 점유율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

 

저자에 회자하는 순수예술의 위기라는 말도 이럴 때는 무색해진다. 진짜 좋은 작품이라면 발품 팔 준비된 관객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완곡하게 증언한다. 과연 그 3만 여명의 관객들은 세계와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무엇을 느꼈을까도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한국 문화를 빗대어 '경제에 비해서는 낙후되었고, 정치에 비해선 그나마 선진적이다'라고 한다. 게다가 경제는 문화를 외면하고, 정치는 철없이 문화스포츠를 이용하려든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문화계는 고군분투하는 것이 분명하다.

 

a  노르웨이의 유명한 야외연극 '페르귄트' 국립극장을 찾아서는 실내공연으로 전환하는데, 극중에 등장하는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세트를 가져온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야외연극 '페르귄트' 국립극장을 찾아서는 실내공연으로 전환하는데, 극중에 등장하는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세트를 가져온다. ⓒ 국립극장

노르웨이의 유명한 야외연극 '페르귄트' 국립극장을 찾아서는 실내공연으로 전환하는데, 극중에 등장하는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세트를 가져온다. ⓒ 국립극장

 

그럼 오는 9월 5일부터 10월 30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벌어지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56일, 며칠 빠지는 두 달이다. 이 기간 서울은 82개의 축제 속에 빠진다. 옥석을 고르는 일이 참 어려울 지경이다.

 

우선 개막작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이번 축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그 자리를 대신해 올라 성대한 축제의 서막을 연다. 참가하는 8개국의 작품들의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관심이 높은 것은 역시 중국 장예모가 만든 발레 '홍등'이다. 그리고 그리그의 나라 노르웨이 야외공연으로 유명한 '페르귄트'의 실내 전환도 궁금증을 더한다.

 

그리고 영화 패왕별희의 무대작품이라고 봐도 좋은 중국 국가화극원의 '패왕가행'이 있고,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이 들고 오는 안톤 체홉의 '세 자매'도 아카데믹한 관객들의 기다림을 부추길 만한 작품이다.

 

문화선진 국가에는 국립극장이 여러 개 존재한다. 프랑스 오데몽 국립극장은 자국연극이 아니라 유럽 내의 작품을 공연하기로 유명한데, 그들이 독일 작품을 들고 온다. 또 동유럽의 작은 국가 몰도바 민속무용단도 최초로 방문해 그들의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a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립극단 '테러리스트 햄릿'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립극단 '테러리스트 햄릿' ⓒ 국립극장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국립극단 '테러리스트 햄릿' ⓒ 국립극장

 

하나하나가 문화적으로 대단히 센 놈들이 오는 것이 분명하다. 이들을 맞이하는 국립극장 산하 4개 단체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국립극장에서는 올해로 3년 동안 소위 국가브랜드 작품이라는 것을 추진해왔다. 기존 예산과 별도로 오로지 작품만을 완성하기 위한 3개년 계획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가브랜드가 그렇고,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모두 한 사람 의지 속에서 출발했다. 현 국립극장 신선희 극장장이다. 한 사람에게서 시작됐으니 서로 다른 프로젝트지만 연관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물론 국립극장에서 내놓는 특별한 작품은 별도의 호칭이 없어도 국가를 대표하는 내면을 갖는다. 그러나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1년 앞서 추진된 국가브랜드 사업이 있어 세계 다른 나라 국립극장을 불러 모은 주인 입장에서 체면 구길 염려를 덜은 것은 사실이다.

 

앞서 밝힌 대로, 9월 5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한국의 4개 종교인 불교, 기독교, 도교, 무교를 주제로 한 관현악곡 연주로 손님맞이를 알린다. 그리고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 그리고 국립창극단의 '청'이 올해 한국 문화 대표선수들이다.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브랜드로 추진된 작품들이다. 이번 축제가 상호 교류원칙에 입각해서 시행되는 까닭에 이들 한국 작품들은 모두 참가국으로 개별 방문을 간다. 국립창극단의 '청'이 올해로 3년간 매만지고 다듬은 것이고, 관현악단과 무용단 작품들도 자주는 아니어도 초연은 아니기에 숙련의 기회는 가졌다.

 

그 외 올해 첫 시도되는 자유참가작(프린지 공연)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천무'와 더 페트론 컴퍼니의 '카르마' 등 국내외에 이미 이름을 떨친 작품들이 참가하여 국립극장 아닌 민간 문화단체들의 일면을 소개한다.
 
a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세자매' 디지털 문화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수채화같은 휴식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세자매' 디지털 문화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수채화같은 휴식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 국립극장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의 '세자매' 디지털 문화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수채화같은 휴식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 국립극장

 

아직 에딘버러, 아비뇽 등 세게 3대니, 4대 축제니 하는 반열에 든 축제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국제 축제는 그 역사가 아주 깊다. 신라 때부터 이어진 팔관회도 지금 시각에서 보면 국제 축제나 다름없다. 지리적으로 대륙과 대양을 양쪽에 품은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세계를 향한 웅지를 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축제들 중에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기 때문. 그렇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도 관심이 아주 높다고 한다.

 

이번 축제를 위해 국립극장은 참가국 대사관과 오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국들이 자비로 한국을 찾게끔 하는 외교적 성과를 올렸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호교류 원칙을 세워 우리나라 문화를 다시 그쪽에 홍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정적인 예산문제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문화교류의 장을 열었으니 일석이조다.

 

다만, 이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 내년도, 내후년도 변함없이 이어져 가면서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리 걱정되는 숙제이다.

2008.08.25 21:14ⓒ 2008 OhmyNews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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