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울어버린... 최고의 콘서트

평화박물관건립 모금공연을 하는 가수, 홍순관

등록 2008.08.29 11:17수정 2008.08.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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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23일)이었습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를 표방하는 새길교회 수련회에 참석하였지요. 저는 비록 예수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기독교 교리로 봤을 때는 기독교인은 아니지요. 스스로 봤을 때는 불교 쪽에 가깝지만 새길 교회 사람들은 배울 게 많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믿음이 좋아서 자주 나가곤 하지요.


즐겁게 게임도 하고 진지하게 대담도 나누며 의미 있는 순간들로 하루가 채워지고 있었지요. 모닥불모임(캠프파이어)을 앞두고 평화콘서트란 제목으로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가수 홍순관씨 순서가 남았지요. 저는 홍순관씨가 누군지 모르고 복음 가수라 하니 괜한 선입견도 생겨서 별 기대 없었지요.

노래에 몰두하는 홍순관 영성에 파문을 일으키는 가사와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
노래에 몰두하는 홍순관영성에 파문을 일으키는 가사와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인

무대에 올라온 홍순관씨가 노래를 불렀지요. 저는 첫 곡부터 깜짝 놀랐답니다. 단순히 하느님 찬양하는 그런 노래일 줄 알았는데 "쌀 한 톨에는 여름의 햇살, 시원한 바람, 외로운 별 빛과 농부의 땀이 있다"는 가사에 그만 마음의 빗장이 열리더라고요. 사람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맑고 구성진 목소리에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고요.

그 뒤 홍순관씨의 노래와 이야기에 몰두했지요. 노래와 노래 사이 사람을 흐뭇하게 하는 배려가 묻어있는 유머와 재치는 그의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했지요. 그가 노래를 부를 때는 깊이 있는 울림에 마음이 뭉클했고 그가 이야기 할 때는 입을 활짝 벌리고 다들 까르르 웃었지요. 

"이제 이민사가 100년이 넘었습니다. 어느새 한국인 2세, 3세들은 한국말을 잃어버렸지요.  한인들을 상대로 콘서트를 할 때였어요. '내 딱지가 넘어갈 때 내 마음도 조마조마'라는 제 동요를 불렀지요. 콘서트가 끝나고 한 어머니가 제게 와서 우시는 거예요. 자신의 아이가 노래를 듣고 물었다네요. 딱지가 뭐냐고."

이 때 수난의 한국 근·현대사가 떠오르며 서로 정서가 달라 소통이 안 되면서 살아가는 이주 가족들을 그려봤지요. 생각이 다르고 공감대가 달라 얼마나 그들은 서로 힘들었을까요.


"이제 와서 국악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국악으로 찬송가를 부르고 그럴 때 제 음악은 주류 기독교에서는 이단이라고 취급하지도 않았지요. 모두 미국에서 들여온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힘들었어도 끝까지 국악을 했습니다. 반응은 외국에서부터 왔습니다. 2005년 뉴욕의 한복판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들 앞에서 우리 가락과 우리 정신으로 노래를 했을 때 뿌듯하였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목은 <나처럼 사는 건>.


들의 꽃이 산의 나무가 가르쳐줬어요
그 흔한 꽃과 나무가 가르쳐줬어요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고
강아지풀도 흔들리고 있어요 바람에

저 긴 강이 넓은 바다가 가르쳐줬어요
세월의 강이 침묵의 바다가 가르쳐줬어요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고
강아지풀도 흔들리고 있어요 바람에

외롭고 서글퍼도 자기 긍정과 삶에 대한 의지가 묻어나와 무척 감동을 줬지요. 그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이명박 정부 들어와 처음 공연을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벌써 8월이 다가는 시점이었습니다. 아무도 자기를 찾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자기는 꿈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세대들은 북한과 '나의 살던 고향은'같은 노래처럼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있었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요? 남한과 북한 아이들이 만나면 같이 부를 노래가 있을까요? 그래서 제 꿈은 북한에 가서 동요를 부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숙연해지고 뭉클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는 이어 55년 째 분단된 남북한 상황을 슬퍼하며 이야기하였습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에 평화박물관이 없습니다. 가장 평화가 필요한 곳에 평화박물관이 없습니다. 한국 땅에 평화박물관을 짓기 위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평화박물관건립모금공연 '춤추는 평화 - Dancing with Peace'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라는 게 막연하고 확 와닿지 않기에 어려움에 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한인 교회에서 모금 공연할 때였습니다. '쿰바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 중에 '야이야이'란 말은 이라크말로 '아프다아프다'란 뜻이지요. 이렇게 설명을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1시간 반 콘서트가 끝나고 목사가 제게 처음 한 얘기는 '수고했다'도 아닌 '이라크가 침공하는데 그럼 공격을 안 해요?' 였습니다. 저는 무척 슬펐습니다. 그리고 평화모금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저를 내보냈습니다.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쿰바야입니다."

우는 자에게 오소서
우는 자에게 오소서
우는 자에게 오소서
우는 자에게 오소서
오 주여, 오소서
야이야이야 쿰바야

이라크 침공이 연상되면서 그가 겪었을 씁쓸함, 그리고 가사가 전해주는 진정성에 울컥 안에서 솟구치는 게 있었습니다. 위대한 음악가들이 많지만 노래를 듣고 눈가가 적셔지는 건 처음이었지요. 거기서 또 쓸데없는 제 자의식이 발동해서 제지하였지요. '쪽팔리게 울면 안 되지, 참자'. 그런데 노래가 이어집니다.

갈라진 이 땅에 오소서
갈라진 이 땅에 오소서
갈라진 이 땅에 오소서
갈라진 이 땅에 오소서
오 님이여, 오소서
야이야이 쿰바야

'갈라진 이 땅' 하는데 제 자의식은 으스러졌습니다. 샘솟듯 두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감동의 물결은 그 곳을 따뜻하게 데웠고 다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요.

포근해진 분위기에 홍순관씨도 마음의 변화가 있었나봅니다. 앵콜곡을 부르기 전에 전과 달리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이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가장 친한 형이 여기 오기 한 시간 전에 죽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형 이름을 제목으로 붙인 노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세월을 놓치지 않게, 통일을 위한 노래라고 부르고 다녔는데 형 장례식 때 추도가가 되었습니다. 내일 추모식 때 부를 거 같은데 미리 연습 삼아 불러봐야겠습니다. 성모형입니다."

노을이 물들어 서산에 해지면
부르던 그 노래도 고향집으로 갈까

이 세월이 가면 고운 노래도
시간의 흩날리어 찾을 수 없게 되오
성모형 지금이야 우리가 부를 노래
아버지 들려주던 그 노래를 부르오

홍순관씨도 울고 모든 관중도 울었습니다. 저는 뜨거워진 눈을 부비며 한동안 감격에 젖어있었지요. 노래가 끝나자 많은 사람들은 홍순관씨에게 다가가 포옹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로를 하고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저도 다가가 진심으로 고마움을 말했지요.

홍순관씨가 지난달에 낸 책을 읽었습니다. <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2008·살림)란 제목의 단상집에 도종환 시인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겸손과 정직과 정신으로 쓴 글'이라고 평했고 정호승 시인은 '그의 노래는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울린다. 10여 년 전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숨을 죽였다. 그의 노래에 영성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며 칭찬을 합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사람이 죽게 될 때 그 손에는 무엇이 쥐어져 있을까요.
책을 읽던 사람도
돈을 세던 사람도
결국엔 사람의 손이 쥐어져야겠지요.

그러나
죽을 때 찾아와 손을 만져 줄 사람을
책과 돈만으로는 구할 수 없습니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라고 적는 이 시대의 평화예언가 홍순관, 1995년에 정신대 할머니 돕기 공연<대지의 눈물>을 150회 공연하고 평화를 위해 소신껏 살아가는 가수 홍순관, 그는 현재 새로운 앨범 곡은 준비는 다 되었는데 돈이 모자라서 앨범을 못 내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그의 책을 사서 읽고 CD를 사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그의 땀들이 영글어 평화박물관이 세워지고 그가 북한에서 북한아이들과 남한아이들을 같이 모아서 동요콘서트를 하는 날이 오겠지요? 정말 그렇겠지요? 두 손 모아 마음 깊이 기도를 드립니다.
#홍순관 #평화콘서트 #콘서트 #CCM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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