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오마이뉴스 권우성
'길 위의 신부' 문정현. 42년간의 사제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문 신부는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촛불 시국미사 뒤에는 세상에 알리지 않고 일본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일본에서 매일 하루 4시간씩 학원을 다녔다.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동북아 3국에서, 민중 문화교류를 통한 아시아연대야말로 동북아 평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게다.
일본 사회운동가들이 촉매가 됐다. 민중 문화교류를 위해 일본 사회운동가들 사이에 한국말 공부 바람이 분다는 걸 알고, 노령의 은퇴 신부가 먼저 책을 펴고 히라가나와 가다카나를 외우기 시작했다. 요즘은 '일본어 인강(인터넷 강의)'에 흠뻑 빠져있다.
지난달 29일 군산 옥서면 옥봉리에 새 둥지를 튼 '평화바람' 사무실에서 문정현 신부를 만났다. 미군 F15 전투기가 이따금씩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끄러울 게 전혀 없는 한적한 마을에서 문 신부와 마주했다. 이명박 정부 6개월과 진보진영의 역할, 최근 근황 등을 물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은퇴했지만, 투쟁 현장에서는 늘 '현업'인 문 신부의 요즘 생활을 들어보자. 다음은 문 신부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정권 바뀌어도 늘 감시대상, 이제 맘놓고 하는 것" - 얼마 전 전북경찰청 정보과 종교담당 형사가 신부님의 근황을 물었다. "유신 때부터 하도 사찰을 많이 받아 놀라지도 않았다. 직접 경찰 직원들이 붙어 다녔다. 5~6년간 항상 따라다녔던 경찰이 있는데, 내가 따돌리고 어다 가있으면 금세 40~50명의 경찰이 나타날 정도였다. 수시로 내 방을 드나들고 감시했다. 정말 긴 세월 감시를 받아왔지만, 지난 10년간은 직접 대놓고 감시당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내가 정부의 감시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 이명박정부가 왜 감시하려고 했다고 생각하나."전북경찰청이 아주 이례적으로 그런 게 아니다. 익산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내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작은자매의 집'을 휘젓고 다닌 적도 있었다. 경찰 순찰차가 수시로 순찰한다. 옥서파출소장은 대놓고 내 방문 앞까지 들어왔었다.
그동안 경찰이 민주화의 힘 때문에 드러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명박정부가 됐으니 맘 놓고 하는 것이다. 색소탄 쏴서 아무나 잡아가고, 인터넷에서 조중동 광고중단 소비자운동 했다고 구속하지 않나. 지금 그런 지경이다."
- 이명박 정부 6개월, 민주화의 성과가 허물어지는 것 아닌가. "원래 권력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노무현정부 때 대추리에서 군대까지 동원하는 걸 봤다. 그렇지만 촛불집회의 정당성이 살아있는 한 무력으로는 안 된다. 일단은 덮어질지 모르나 오래 못 간다. 민주주의는 늘 그런 희생을 딛고 계속 일어섰다."
- 왜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고 보나."왜정 때 고등계 형사를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일제시대 경찰문화를 청산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온 게 문제다. 경찰은 권력의 시녀 노릇을 계속 했다. 장면 정권 넘어 박정희 집권 뒤에는 '절대 시녀'였다. 온갖 나쁜 짓 다 했고 불법으로 사람들을 잡아가두고 죽이고 고문했다. 민주화 됐을 때도 그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또 새로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으니까.
김대중-노무현 민주정권 10년간, 독재 유산을 정리했어야 했는데 결국 못하고 또 넘어왔다. 권력의 맛을 본 민주정권 사람들도 그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꼴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을 사문화됐다고 그냥 뒀지만, 지금 어떤가. 또 살아 꿈틀대고 있다. 생각해봐라. 어청수 경찰청장? 노무현정부 때 발탁된 인물이다. 그런데 이 사람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별별 무리한 짓을 다 하고 있다. 결국 백성을 위한 경찰이라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