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왼쪽, 2007년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했을 때 자료사진).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이 무명의 새라 페일린(44)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미국 역사상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여성이 선택된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변방 중에 변방인 알래스카 주지사, 그것도 첫 임기의 2년도 채 채우지 못한 정치 신인이어서 미국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 저명한 연방 상원의원 조 리버만,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 톰 릿지, 여성 공화당 정책위 의장 케이 허치슨, 루이지애나의 인도계 최연소 주지사 바비 진달(36) 등 기라성 같은 예상 후보들을 물리치고 '간택'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8월 29일(미국 시각) 전격 단행된 매케인의 발표는 오바마에 쏠려 있던 미디어의 관심을 송두리째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전혀 뜻밖의 인물에 준비를 못한 미국 언론들은 매케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 중 가장 유력한 것은 "힐러리를 향했던 여성 표를 공략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를 지지한 표는 1800만표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여성 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케인의 전략이 적중한다면 11월 슈퍼화요일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강한 미국'을 지향하며 여성 문제에 소홀하던 공화당의 변화를 반기는 무당파들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는 탁월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페일린일까? 민주당의 조 바이든의 경우처럼 미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는 보통 저명한 연방 상원의원이나 주지사에게 낙점된다. 매케인이 여성을 원했다면 왜 공화당 출신 다른 여성 상원의원이나 주지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오바마의 '경력 없음'을 공격하던 매케인은 페일린보다 훨씬 정치 경력이 화려한 다른 많은 옵션을 이미 갖고 있었다. 매케인의 '깊은 뜻'은 페일린의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케인은 '여성 부통령'보다 '방패막이 부통령'을 원한 것 같다.
[케이 허치슨] 탁월한 정치력이 오히려 약점